난초의 꿈

숲의 혀, 콩짜개란

제주영주 2008. 6. 18. 21:46

 

 

 

 

 

Bulbophyllum drymoglossum Maxim. ex Okub. 0 분 류 : 난초과[상록 다년초, 기생식물]  다른이름 : 덩굴난초, 콩짜개난 0 줄기/잎/뿌리 : 원줄기는 철사처럼 가늘고 2-3마디마다 1개의 잎이 달린다.

벼랑 끝에 선 자그마한 꽃송이

 

'내 안에는 제주의 들꽃들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일까,  이로 인해 나는 미치도록 갈증이 나는 것일까'

보고 싶은 마음을 어찌할 수 없을 만치 금방이라도 달려가서 보지 않으면 큰일이 날 듯,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날도 나는 그 무엇에 이끌렸는지 친구와 단둘이 무작정 콩짜개란을 찾아나섰습니다.  낯선 산길을 오르는데도 무섭다는 생각조차 잊게 하는 그 어떤 힘이 나를 이끌게 하는지, 목마른 나무처럼 헉헉거리며 숨가쁘게 산길을 올랐습니다.

 

쉬지도 않고 단숨에 오르기라도 하듯이 냅다 올랐습니다. 낯선 산길을 얼마나 올랐을까,  헉헉거리던  숨을 몰아쉬기 위해 주저앉았습니다.   하늘을 가린 큰 키나무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콩짜개란이 나무에 붙어 꽃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자그마한 꽃송이들이 초록에 엉켜 붙여 있는 모습은 목마른 나에게 갈증을 해소 시켜주는  샘물처럼 나무 등줄기를 타고 흐르고 있었습니다.

 

콩짜개란 잎은 콩짜개덩굴과 비슷합니다. 단지 콩짜개덩굴에 비해 잎이 훨씬 작습니다. 콩짜개덩굴은 홀씨로 번식하는 고란초과의 상록 양치식물이지만  콩짜개란은 꽃을 피우는 난초과 식물입니다.

 

콩짜개란의 종명은 '숲의 혀'란 뜻을 가진 'drymoglossum'입니다. 이 식물은  초여름에 작고 연황색의 꽃을 피웁니다. 꽃잎 안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혀처럼 보이는 순판이 보입니다.

 

콩짜개란은  바위나 나무에 붙어 살아가는  상록 착생란으로  도채꾼에 의해 또는 난 수집가에 의해 사라져 가는 현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콩짜개란은 사람들의 무관심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외진 곳 또는 벼랑 끝에서 겨우 발을 붙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밤새 내린 이슬로 목을 축이고  숲속을 지켜보는 앙증맞은 난초의 숨결이 가냘프게 들려오는 외진 산길을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산길을 오롯이 걷노라면 나 자신이 마치 나무가 되어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나무를 어루만지며 숲이 끝나는 곳에서 또 다른 길을 찾아 어디론가 끝없이 헤매다 결국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나무의 숨결과 자그마한 꽃의 숨결조차 느낄 수 있는  숲은 때론 무시무시한 울음소리로 위협을 하기도 합니다.  낯선 숲에서 만나는 나무와 풀잎에 잠시 안도의 숨을 토해내며  숲의 숨결을 느끼다 보면 되돌아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에 무서움을 떨쳐 버리게 됩니다.

 

나무는 어루만졌던  손길을 알아챘는지,  숲은  시작되는 곳으로 이끌어냅니다. 숲길은 그렇게 끝없이 이어졌으나 길이 시작되는 곳으로  되돌려 놓듯이 눈에 익힌 나무들이 하나 둘씩 손짓하며 길을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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