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굳이 편지를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가을은 온통
그리움의 편지로 물들어 버릴 터이니
가을에는
굳이, 편지를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가을 하늘은
별 그림자 밟는 새벽녘부터
귤빛 노을이 질 때까지
길고 긴 사연들을 곱게 써 줄
터이니,
눈이 시리도록 푸르디푸른 하늘이
곧, 그리움의 편지이니,
가을 하늘을 쳐다보며
가슴이 시린 그리움의 편지를 읽어 내리며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 숲마저
가을 편지를 써 줄 터이니,
단풍드는 숲에서
추억의 가을 편지들은
낙엽이 되어
그리운 이의 가슴속으로 돌아 갈 터이니,
가을에는
굳이, 편지를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가을, 가을아!
입안에서 맴도는 스산한 바람 한줄기로
조용히 이름을 부르는 것은
곧, 편지를 쓰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