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엄동설한에 핀 '구슬봉이'

제주영주 2008. 1. 8. 20:18

 

파란하늘을 올려다보며 얼굴을 살며시 내미는 구슬봉이가 한 겨울에 꽃이 피었네요.

 일반적인 구슬봉이와 달리 꽃잎이 겹으로 핀 구슬봉이. 아름다움만큼 슬픔도 있답니다.

 

 

봄의 움트는 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

 

겨울 속의 봄은 꿈처럼 감미롭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풋풋한 바람의 소리가 초록의 물결을 일렁이며 잔잔하게 펼쳐집니다. 바람 사이로 살랑이며 파릇파릇 돋아나는 겨울 속의 봄빛은  파도를 타고 오름마다 초록의 꿈이 움트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살을 에는 칼날 같은 바람에도 끊임없이 솟구치는  봄의 꿈들은   차디찬 겨울의 속살을 비집고 거듭 발돋움합니다.  봄은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희망의 소리입니다.

 

겨울 속의 봄빛을 받으며 자그마한 초록의 꿈을 살며시 여는 풀잎의 노랫소리에 귀 기울여봅니다.

잔잔하게 들려오는  풀잎의 노래는 감미로우며 역동적인 몸놀림입니다.

 

실낱같은 희망의 빛이 내리쬐는  겨울 속의 봄빛에 시린 발을 녹이며 움트는 봄의 기디림은 설레는 꿈처럼 아름답습니다. 

 

한겨울에 핀 자그마한 들꽃의 희망찬 소리 들리나요?

엄동설한에 구슬봉이가 피었네요. 구슬봉이는 봄꽃으로 4월이 되면 힘찬 나팔소리로 봄을 열어 놓습니다.  엄동설한에 구슬봉이 꽃소식은  희망찬 제주의 봄을 예고하는 듯 힘차게 피어났습니다.

 

마른 풀잎 사이로 살며시 얼굴을 내미는 구슬붕이가 하늘을 향해 희망찬 봄의 나팔을 불기 시작했습니다.  언 땅을 뚫고 일어서는 초록의 꿈들이여!  자그마한 꽃송이를 소담스레 피워 올리고는 희망의 소리를 들려주는 구슬봉이는 용담과(Gentianaceae) 여러해살이풀입니다. 

 

꽃의 모양은 용담과 비슷하지만, 용담보다 키가 아주 작은 앉은뱅이 꽃입니다.  용담보다 작다 하여 소용담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구슬봉이 식구로는 봄구슬봉이. 큰구슬봉이. 고산구슬봉이 등이 있습니다.

 

 겨울 속의 봄빛이 내리쬐는 오름에 희귀한 구슬봉이를 만났습니다. 기본적인 구슬봉이와는 달리 꽃잎 위에 여러 개의 꽃잎을 두른 겹꽃잎으로 핀, 이 구슬봉이는  꽃술이 퇴화해 있습니다.

 

구슬봉이는 싸앗으로 번식을 하게 되는 데 꽃술이 없으면 번식은 할 수 없습니다.

 꽃술이 퇴화해  번식을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겹겹이 쌓여 꽃잎으로 피었나 봅니다.

 

따사로운 봄볕을 받으며 피어나는 구슬봉이는 양지바른 풀밭에 흔히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볕이 많은 날에는 자그마한 꽃송이를 활짝 펼치고는 맑은 하늘을 가득 담아내지만, 흐린 날에는  꽃잎을 다물어버리지요. 구슬봉이는 찡그린 하늘은 싫은가 봅니다.

 

맑은 하늘빛을 훔치고 피어나는 구슬봉이는 연한 청잣빛으로 꽃잎을 열고는 봄이 오는 소리를 청아하게 들려줍니다. 꿈꾸던 대지는 구슬봉이의 청아한 나팔소리에 시나브로 봄빛으로 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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