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작고 앙증맞은 꽃망울,괭이눈

제주영주 2008. 2. 10. 22:12

 

 

 

 

 

 

 

범의귓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20cm 정도이며, 잎은 마주난다.
줄기의 윗부분엔 흰 털이 나있다.  낮은 산기슭이나 계곡 초입의 양지바른 곳에 자란다.

털괭이눈은 범의귓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는 20cm 정도이며 잎은 마주난다.
낮은 산기슭이나 계곡 초입의 양지바른 곳에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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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괭이눈 꽃처럼 다가온다.

 

늦추위가 기승을 부리며 성큼 봄을 내주지 않고 있지만, 봄은 언제 우리 곁에 왔는지 모르게 살금살금 고양이걸음으로 다가옵니다.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지나 경칩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얼었던 개울물도 서서히 녹기 시작하면서  봄을 이고 오는 바람은 상큼한 향내를 싣고 바다에서 산으로  오르락내리락 뒤척이며  생명의 눈을 흩뿌립니다.

 

꽁꽁 얼었던 대지도 꿈틀거리며 생명의 싹을 틔우려  뒤척이는 소리에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동물들도 꿈틀거리며 서서히 봄을 맞이하려 합니다.

 

겨울 숲을 깨우는  산새의 지저귐에 놀라 꽃망울을 터트렸을까나.  봄기운으로 불어오는 나지막한 바람 소리에 잠을 깼을까나,  사각사각 녹아내리는 얼음 소리에 놀라 파릇파릇 싹을 틔웠을까나.

 

사각사각 눈을 밟으며 봄이 오는 길목에서 서성거리기를 몇 번이던가.

 겨우내 침묵을 지켰던 꽃망울을 터트리는 소리에 달려갔습니다.

 

봄의 오는 소리에 부스럼 같은 서릿발을 뚫고 일어서는 꿈의 노래는 찬란합니다.

지그시 눈을 감았던 노란 꽃망울이 살며시 눈을 비비며 꽃잎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손톱보다 자그마한 꽃송이가 도란도란 피어 반겨주는 털괭이눈의 꽃은 앙증맞게 예쁩니다.

 

열매가 맺히면  지그시 감긴 고양이의 눈 같은 모양이라 해서 괭이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요.

 괭이눈은 산기슭이나 계곡 주변에 자라며  종류로만 해도 10여 종이나 됩니다. 잎이 어긋나는 무리로 산괭이눈, 애기괭이눈이 있으며, 잎이 마주나는 무리에는 가지괭이눈, 털괭이눈, 선괭이눈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 선괭이눈은 털이 없이 매끈하며 털괭이눈은 식물 전체에 털이 나 있습니다.

 

 털괭이눈이나 선괭이눈은 꽃이 필 때 꽃뿐만 아니라, 꽃 주위의 이삭잎이 짙은 황색으로 아름답게 변하지요.   언뜻 보아서는 꽃과 잎이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이삭잎 또한 꽃 못지 않게 아름답습니다.

 

이는 곤충을 불러모으기 위해 따사로운 금빛으로 빛을 내다가 수정 후에는 예쁘게 분단장을 했던 금빛깔은 차츰 잃어갑니다.


봄의 오는 몸짓은 괭이눈 꽃을 닮았습니다.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오다가도 화들짝 놀라 겨울 꼬리 속으로 숨어들다가 포근한 햇살에 졸린 눈을 비비며 다가오는 괭이눈꽃처럼 살며시 우리 곁으로 다가와 화사한 봄 빛깔로 뿌려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