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숲 속의 악보, 솔이끼

제주영주 2008. 1. 16. 22:40

 

 

 

 희망을 꿈꾸는 겨울 숲


겨울 숲에 들어서면 알 수 없는 슬픔이 몰려옵니다.  윙윙~~ 매서운 겨울바람에 파도처럼 울부짖는 겨울 숲은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처럼 아려옵니다.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 물결에  출렁이는 아우성으로  겨울을 앓다  소리도 없이 쓰러져가는  이웃의 슬픔처럼 울부짖는 거울 숲을 거닐다 보면  희망을 꿈꾸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겨울 숲은 희망을 꿈꾸며 겨우내 시린 발을 웅크린 채 가슴을 열어 놓고는 봄을 기다립니다.

쓸쓸함으로 가득 찬 겨울 숲이지만  포근하게 감싸주는 낙엽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웃의 슬픔까지 함께 울어 줄 수 있는 겨울 숲 속으로 봄이 오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옵니다.

복수초가  노란 꽃망울을 몽울몽울 터트리고 있는가 하면  소리도 없이 낙엽을 뚫고 일어서는  노루귀의 힘찬 소리에 봄은 성큼 다가옵니다.

 

 

 

 ▲솔이끼

 

겨울 숲에 들어서면 낯선 슬픔까지 윙윙거리며 일제히 울어대지만,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나는 숲 속의 주인이 되어 한 그루의 나무로 서 있습니다.

 

깊은 잠에 빠져버린 겨울 숲을 깨우는 산새의  지저귐에 졸린 눈을 비비고 꿈틀거리는 풀잎의 몸짓은  눈부시도록 찬란하게 빛납니다.

 

봄을 기다리는 목마른 나무처럼  발을 동동 구르다 초록의 빛깔에 감탄하며 시선을 뗄 수가 없습니다.

 소나무 줄기에 솔잎이 달린 듯한 모양이라 하여 솔이끼라 부르는 이 식물은 선태식물이며  흔한 이끼류로 습기를 머금은 토양에서 서식합니다.  관상용으로 많이 사용하기도 하며 차를 만들거나 머리를 헹굴 때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솔이끼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숲 속의 악보가 연상됩니다.

 

파릇파릇한  싱그러움 속에는 옥구슬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솔이끼의 아름다움에 황홀하여 한참이나 들여다봤습니다. 물방울에 비친 또 하나의 세상은  오선지에 악보를 그려 놓은 듯 힘찬  연주곡으로 겨울 숲을  깨우고 있습니다.

 

"깨어나라! 일어나라!   희망의 둥지를 트는 봄은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빛나리라!"

꽃은 자연의 들려주는 연주곡에 꽃을 피워냅니다.  바람소리, 새소리, 빗소리, 나무와 나무들 사이로 오가는  감미로운 연주곡 소리에 낙엽을 밀치고 일어서는 풀잎의 노랫소리를 들어봅니다.

 

꽁꽁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일어서는 희망의 메시지에 우리는 다시 한번 용기와 희망을 얻어야 합니다.

얼어붙은 대지를 밀치고 일어서는 초록의 꿈처럼 우리도  얼어붙은 경제를 힘차게 뚫고 나가야 합니다.

 

희망을 꿈꾸는 겨울 숲은 슬픔에 젖어 울부짖지 않습니다. 외롭고 쓸쓸하지만 겨울 숲은 찬란한 봄을  잉태하기 위해 겨우내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

 

초록의 봄을  잉태하며 희망의 둥지를 틀기 시작한 겨울 숲으로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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