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속 이야기

비가 내리는 날엔 운치를 즐기자!

제주영주 2006. 4. 3. 21:47

 

 

-* 비가 내리는 날엔 운치를 즐기자!  -*

 

 

오늘처럼 추적 거리는 비가 내리는 날이며,
그 어디론가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서고 싶은 충동이
푸른 바다처럼 일렁인다.

 

 

최남단 마라도를 향해 돛을 올리고 싶은 충동에 송악산으로 갔다.

송악산엔 비는 그친 상태였다. 그러나 이게 웬걸, 한 줄기 희망을 안고 찾아갔는데
오늘따라 파랑주의보가 내리고 말다니 ㅠ.ㅠ
그렇다고 오늘의 일정을 허비하며 지낼 수 없는 것이다.

 

날씨는 우울하지만, 즐겁고 화창하게 보내자!

내 마음의 돛을 올리고 마라도를 가는 것이다.


송악산에서 가파도를 지나 거센 파도 속으로 마라도를 향해
머리카락 휘날리며 상큼한 파도가 하얗게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深海의 바다를 따라 돛을 올렸다.

 

마음의 돛을 올린 채, 지삿개로 향해 갔다.
제주국제컨베션센타에 들어서자, 햇볕이 따갑도록 내리쬐는 

여름 날씨가 청록빛 바다로 풍덩 낙하하고 있다.


육각형의 돌기둥들이 벌집 모양처럼 서있는 '주상절리대'는
신비 그 자체이다.


언제 보아도 감탄사로 위대한 자연 앞에서 숙연해 진다.

자연이여!
그대는 위대한 존재!

 

이제 슬슬 배도 고프고 해서 해물뚝배기를 먹기 위해서
서귀포에 있는 삼보식당으로 향해 갔다.

 

이런 웬 사람들이 식당으로 다 모였는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오늘따라 유별나게 손님들이 많아

줄을 서야만 한 끼의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인내력을 발휘하면서 까지 기다리고 나서 그 맛있는
해물뚝배기를 먹고 나서 표선 해안도로를 향해 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바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해안도로의 풍경은 엄숙한 바다의 언어들만이
출렁이고 있다.

 

표선 해안도로를 지나서 성산읍 삼달리로 갔다.
삼달초등학교는 폐교된 학교지만, 김영갑갤러리로 꾸며진 곳이다.
아담한 학교 안으로 들어서자, 운치를 돋구는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어 마치 가을을 만끽하는 분위기다.


작은 학교 운동장을 소담스럽게 잘 꾸며진 정원부터가 너무나 마음에 들고,
작은 돌담으로 이루어진 정원을 따라 이슬비에 촉촉이 젖어 있는
잔디를 밟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그 무엇엔가 홀린 듯이 빨려들어가는 분위기 속으로 작가의 눈에서
바라보는 풍경들이 환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제주를 대표하는 사진들이 잘 표현되어 있는 곳
갈 기회가 없어서 가지 못했던 곳이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는 하얀 겨울이 오면
다시 찾아가기로 약속을 했다.

 

마라도에는 가지 못했지만,
그보다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온 날이다.

 

 

200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