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속 이야기

햇살 좋은 가을날

제주영주 2006. 3. 10. 19:26

♡♡햇살 좋은 가을날♡♡

 

 


태풍만 아니었으면,  일정대로 오름 가는 것을 진행했을 겁니다.
굼부리안에 호수가 있는 오름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맑은 호수에는 잉어가 노닐고 초록 잎 새 위로 투영되는 보석 같은 햇살은 곱게 부서져 내리고 산바람의 불어와 가을이 농익어간다고 전해 줄 것만 같은 산행을 하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다행히도 태풍에 피해를 입은 것은 없지만, 룰루랄라 하면서 차마 갈 마음이 없었습니다.


태풍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송구스럽기도 하고 태풍이 지나간 흔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젖은 어둠을 말리기 위해 창문을 활짝 열고 가을의 첫소리 같은 갈바람이 업고 오는 햇살을 집안 구석구석 뿌려 놓았습니다.


집집 마다 나와서 모처럼 주변까지 대청소를 마치고 따사로운 햇살에 옷과 이불을 툭! 툭! 털어
뽀송뽀송하게 말려 놓고 애들 교복이랑 밀린 세탁물들, 비를 가려주던 고마운 우산, 우비까지
고마운 햇살에 일광욕을 시켜놓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낮 절은 훌쩍 가버리고 어스름 저녁이 되며 어릴 적 커다란 나무 꼭대기에 걸려 있는 조각구름이 맴돌며 노을 끝자락에 걸려 어제를 회상케 합니다.


큰 비가 내리고 난 후에는 냇가로 나가 멱을 감던 그 시절, 굵은 빗방울이 마당에 맞부딪치며 튕겨 울리는 빗소리에 흙 내음이 풍겨오는 쪽마루에 걸터앉아 온 종일 동그라미를 그리는 빗물을 바라보던 유년은 사라지고 비가 내리는 날이면 우선 애들 걱정을 하게 되는 평범한 아줌마가 되어 있습니다. 아~` 엄마란 자리는 아마도 이런 것인가 봅니다.

 


햇살이 고운 날은 창문을 활짝 열어 이불을 널고 애들 옷을 널며 포근한 햇살 속으로 행복도 느끼며 느긋한 마음으로 옆집 아줌마랑 수다를 떨고 싶어지는 것, 그러다 가도 저녁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 아마도 엄마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