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한라산의 망태버섯 그 신비를 찾아서...

제주영주 2008. 7. 14. 23:22

 

 

 

망태버섯은 왕대 나무 숲 속에서만 자생하는 아름다운 버섯으로 꼽습니다.  신비롭고 아름답다는 평을 받는 망태버섯은 짧은 시간에 장생하기 때문에 쉽게 만날 수 있는 버섯은 아닙니다.

어느 날  대낭 밭에서 술렁술렁 소문이 돌았습니다. "어느 대밭에 가면  망태버섯이 자생한대" 소낙비처럼 지나가는 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동이 트기를 기다렸습니다.

 

꿈속에서 헤매다 일어나보니 이미 해는 중천으로 달려갈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카메라만 달랑 배낭에 담고 서둘러 갔습니다.

망태버섯은 동이 틀 무렵 자태를 드러낸 뒤 오후가 되면 솟아나온 자루가 사그라지는 하루살이 버섯입니다.

 

망태버섯이 자생한다는 대낭 밭 입구에 도착은 했으나 걱정이 앞섭니다.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는데 마침 대낭 밭 주인을 만났습니다.

 

"대낭 밭에 있는 망태버섯 찍을 수 있쑤광?" 대낭 밭 주인은 단호하게 거절하면서 지난해에 있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지난해에 어떤 부부가 망태 버섯을 찍는다고 식전 댓바람부터 들락거리더니 아주 귀한 버섯이 사라졌다."라며 "그 후론 대낭 밭에 귀한 버섯이 나오지 않는다."라고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겨가는 사람들 때문에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라며 분통이 터진 주인은 한숨을 푹 내뱉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모르고 망태 버섯을 찍을 수 있느냐고 물어본 일이 죄송스러웠습니다.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카메라를 둘러매고 다니는 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주인의 하소연을 듣고 있노라니 주인은 조금 화가 풀렸는지  대낭밭으로 안내를 하면서  망태버섯이 처음 나왔던 곳을 가리키며 귀중한 버섯이 나왔던 장소도 친절하게 안내합니다

     
왕대낭밭이라 하여 망태버섯이 자생하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이곳 주변 일대에는 왕대밭이 몇 곳 있으나 희귀하게 이곳에서만 망태버섯이 자생한다고 합니다.

 

제주에서는 지난해에 언론을 통해 망태버섯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으나 이곳을 찾아드는 무분별한 사람들로 인해 주인의 분통만 샀습니다.

 

아름다움을 촬영한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과 함께 촬영하는 일입니다.  그저  시각적인 효과만을 추구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망태버섯은 하얀 망태 버섯과 노랑망태버섯이 있습니다. 주로 왕대낭 밭에는 하얀 망태 버섯이 자생하며 작목 숲에는 노랑망태 버섯이 자생합니다. 

 

대낭 밭에서 만 자생한다는 하얀 망태버섯이 하얀 드레스를 입은 듯한 모습으로 자태를 뽐내며 아침 햇살에  빙그르르 하얀 망사를 걸치고  속살을 드러내 보이는 망태버섯의 신비로움에 놀랄 따름입니다.

     
망태버섯은  하얀 망사모양의 망태가 퍼져 땅 위까지 내려와 하얀 레이스 장식을 선보이는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운 버섯으로 평을 받고 있지만, 하루살이 버섯입니다.

 

축축한 대지 위로 달걀처럼 생긴 알이 올라오면 알을 깨고 깨어나는 새처럼 망태버섯 대가 알을 깨고 일어서기 시작합니다. 주변을  둘러본 망태 버섯이 대나무 숲에서 이는  바람 사이로 하얀 드레스를 걸쳐 입고 누군가를 기다리기 시작하더니 벌레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망태버섯의 특유한 냄새 때문에 벌레들이 모여든다고 하네요. 아침 햇살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더니  망태버섯의 갓부터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망태버섯의 아름다운 삶은 순식간에 사라져 갑니다. 그러나 사람의 손을 타지  않는 한 또 다른 망태버섯의 하얀 드레스를 입고 지상에서 꽃을 피우듯 아름다운 모습으로 선보일 테지요. 
 

 망태버섯의 특유한 냄새 때문에 벌레들이 몰려 들었다.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한 망태버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