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물가에 핀 좀고추나물

제주영주 2008. 9. 15. 17:39

 

 

-내게로 온 아름다운 풀꽃_

 

가을바람이 파문을 일며 아름다운 꽃을  피워냈나 봅니다. 소슬바람에 꽃의 몸놀림이 잔잔한 수면에 반짝입니다.

가을을 맞는 습지에는 때늦은 여름꽃들과 가을꽃들이 공유하며 서서히 자리를 내주고 있습니다.

가는 것과 오는 것에 대한 서로 고마움을 표현하듯 가을 습지에는 잔잔한 파문이 일렁이며 가을 하늘이 내려와 앉기도 합니다.

 

어리연꽃이 만발하게 피던 초가을날, 좀고추나물은 내게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다가왔습니다. 자그마한 노란 꽃은 물가에서 빛나는 별처럼 반짝이며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열매가 고추를 닮았다 하여 고추나물이란 이름을 가졌지만, 고추처럼 크지도 않고 앙증맞은 열매가 달립니다. 좀고추나물은 고추나물 중에서 가장 꽃이 작습니다.

 

좀고추나물은 물레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이며 습지에 자생하는 자그마한 풀꽃으로 어여쁘게 담기가 여간 어렵습니다. 고추나물 종류로는 고추나물, 좀고추나물, 애기고추나물, 물고추나물 등이 있지만, 내게는  까다로운 풀꽃에 속합니다.  봄볕처럼 따사로운 노란색의 꽃은 햇빛이 강한 날에는 노란색이 날아가 버리는 탓에 아름답게 담을 수 없었습니다.

 

꽃도 작은데 꽃의 색은 노란색이라 어여쁘게 담기란 어려운 일이지요. 그런데 물가에 핀 좀고추나물은 제대로 사진을 찍을 줄 모르는 나를 위해 핀 가을 선물인가 봅니다.

 

물가에 자그마한 노란 별들이 초롱초롱 이슬비를 맞고 싱그러움으로 반짝이는 모습, 물가에 비치는 반영은 더욱더 빛나 보입니다. 숨죽이며  몇 번이고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최상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가끔은 속상할 때도 있습니다. 장비가 시원치 않은 나로서는 좋은 모델을 만나는 것이 가장 큰 행운입니다.

 

인위적으로 모델을 만들지 않아도  자연 그대로 아름다운 모습을 담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기쁘며 설렘은 감출 수 없습니다.  물가에 핀 좀고추나물은  마치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며 가을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한 감동이 일렁입니다.

 

발품을 팔다 보면 언젠가는  근사한 모델을 만날 수 있나 봅니다. 초가을의 선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