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이야기

나의 사랑스러운 나무, 리아!

제주영주 2006. 4. 9. 19:14

 

▲ 왕벚나무

 

벚꽃이 피는 사월에는 등불을 켜지 않아도 좋아라!

 

 

봄비가 몇 번 내리고 실바람이 살며시 속여주고 가더니

왕벚꽃이 팝콘처럼 화들짝 피었습니다.

산빛도 온통 벚꽃의 화사한 웃음으로 생기가 돌고 있습니다.

역시,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야 사월이 온 것 같습니다.

 

벚꽃이 피는 날에는 봄비도 개구쟁이 바람도 잠시 멈추었으면 좋겠습니다.

벚꽃이 피는 사월에는 등불을 켜지 않아도

당신의 얼굴은 화사하게 빛이 납니다.

 

 

 

▲ 친정집

 

 

당신의 고운 눈매에 반해버린 나는  해마다 기다렸답니다.

당신의 화사한 웃음에 사월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되었지요.

밤마다 나의 창가에서 당신은 가냘픈 몸짓으로 춤을 추었지요.

당신의 가냘픈 몸짓에 나는 밤을 지새웠답니다.

한줄기 바람의 소리에도 내 가슴은 덜컹했답니다.

소리없이 내리는 봄비에도 내 가슴은 꺼져갔답니다.

홀연히 당신이 사라질까 봐 내 가슴은  당신 걱정으로 가득 찼답니다.

당신의 봄빛은 늘 화사했습니다.

당신의 봄빛이 꺼져갈까 봐 바람도 비도 원망했지요.

 

당신은 나의 나무, 리아입니다.

밤마다 당신은 나의 창가로 찾아왔지요.

당신과의 행복한 만남은 겨우 일주일이었지요.

일주일 후에는 당신은  슬프게도 미련없이  떠나버렸지요.

당신의 뒷모습은 하늘거리며 아름다운 꽃비로 내렸지요.

 

사람들은 당신 보고 '사꾸라'라고 불렀지요.

어쩌다 당신은 일본 국화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일본 국화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았지요.

동네사람들은 당신의 화사한 웃음에 이끌려 당신 발밑에서 당신을 바라봤지요.

그러나 나는 당신을 좋아했으며 당신의 흘리는 눈물까지도 기꺼이 담아 뒀습니다.

어른이 돼서야 당신은 제주특산식물 왕벚나무임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당신은 나의 첫 울음소리를 기억하겠지요.

당신은 나의 성장과정도 묵묵히 지켜봤지요.

나의 사춘기 시절은 당신과 함께했습니다.

밤마다 당신께 속삭였지요.

나만이 부르는 이름, 리아~ 리아~

멋진 이름으로 지어주고 싶었답니다. 마음에는 들었는지요?

그렇게 당신과의 교감이 시작되었지요.

 

버스에서 내리면 당신은 먼발치에서 나를 반겨주며 화사하게 웃었지요.

나는 당신을 향해 달려갔지요.

당신의 화사한 웃음에 행복하기만 했답니다.

 

그러나 당신은 안타깝게도 화사한 웃음은 며칠 가지 못하고 말았지요.

실바람에도 당신은 꽃비로 울어야만 했지요.

 

 

▲ 왕벚나무

 

꽃비가 내리는 날,

나는 당신 발밑에 앉아 꽃비를 맞았습니다.

어느 누가 당신처럼 아름다운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요?

당신의 눈물은 바람에 날려 나의 창가에 맺혔지요.

당신의 화사한 봄날은 짧디짧은 일주일이었습니다.

당신의 눈물에 하늘도 울었지요.  때아닌 4월에도 함박눈이 펄펄 날렸지요.

 

지금도 당신은 늙은 고목처럼 우두커니 서 있겠지요.

당신과의 이별이 너무도 길었습니다.

당신을 만나러 떠나겠습니다.

나의 사랑스러운 나무, 리아~~ 리아~~


 

'꽃나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리향 향기가 풍겨오는 한라산  (0) 2006.08.11
탐라산수국의 신비를 찾아서  (0) 2006.07.20
찔레꽃  (0) 2006.03.09
백서향 꽃향기 흠뻑  (0) 2006.03.08
흐드러지게 핀 만첩홍매화  (0) 200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