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이야기

찔레꽃

제주영주 2006. 3. 9. 14:00

 

 찔레꽃 피는 유월

찔레꽃처럼 수수한 흰빛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6월의 향기는 어떤 향기일까요? 또한, 유월의 색은 어떤 색일까요? 황금빛 넘실거리는 보리밭을 아련히 칠한 다음 바람결에 부는 찔레꽃향기 속으로 꿀벌이 날아들고 어미의 젖가슴처럼 헤프게 웃음 짓는 찔레꽃향기를 가득 그려 넣고 싶군요. 아, 거기에 시원스레 불어오는 산바람을 살며시 그려 넣어야겠군요.

 각자의 추억이 있듯이 자기만의 향기 또는 자기만의 색깔을 지니고 있는 계절, 찔레꽃 향기로 넘쳐나는 6월입니다.

 찔레꽃은 5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6월까지 핍니다. 봄에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면 꺾어서 겉껍질을 벗기고 먹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산길을 걷다가 찔레꽃 연둣빛 새순을 만날 적에는 꺾어서 먹어 보기도 하지요. 달짝지근하기도 하고 쌉싸래한 향기가 돌면서 그 아련한 추억이 풍겨옵니다. 그때만 해도 간식거리가 흔치 않았던 시절이었지요.

 찔레꽃향기로 산천을 물들일 때쯤이면 어린 시절 찔레꽃잎을 따서 입 안에 넣어 본 적이 있습니다. 고운 향기로 수수하게 흰빛으로 다가오는 꽃, 찔레꽃잎을 따서 입 안에 넣으면 수수한 흰빛을 밝히며 살아가는 찔레꽃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요? 아, 그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가끔은 찔레꽃이 무서운 가시를 앞세우고 다가서기도 하지요. 하지만, 수수한 빛으로 다가오는 찔레꽃의 향기 때문인지 몰라도 아무리 무서운 가시를 앞세우고 다가서더라도 눈감아 줄 수 있지요.

 우리의 정서와 가장 잘 어울리는 꽃,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산천을 물들입니다.



2005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