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오름, 그 안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

제주영주 2009. 12. 10. 02:57

   
  ▲ 절물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풀내음으로 풍겨오던 제주절물자연휴양림은 어느덧 싸한 겨울 향내를 풍기며 완연한 겨울로 접어들었다.

휴양림 매표소를 지나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삼나무 길을 지나면 휴양림을 보호하듯 우뚝 솟은 절물오름 산체가 보인다.

 

이 오름 가까이에 절이 있었다 하여 절물오름이라 명명됐다. 그러나 절은 없고 오름 오른쪽으로 작은 암자만이  남아 있다. 한자로는 사악(寺岳)이라 한다. 또는 '대나오름' ,'다나오름'이라고도 불린다. 단하봉(丹霞峰), 단라악(丹羅岳)이라고도 한다.

 

이 오름은 큰 산체가 두 개로 나뉘어 큰봉우리를 '큰대나' 작은 봉우리를 '족은대나 '라고 부른다. 큰대나오름이 생성되고 나서 족은대나 오름이 생성됐다. 이들은 독립화산체로 굼부리를 가지고 있다.

 

절물오름은 쌍둥이격인 오름인 셈이다. 이처럼 쌍둥인 격인 오름은 동쪽으로는 대록산, 소록산, 서쪽으로는 대병악, 소병악, 이달봉과 이달촛대봉 등이 있다.

 

절물오름은 약수터로 유명하다. 큰대나오름 북사면 쪽으로는 자연 용천수가 흘러나오는 데 이 용천수를 ‘절물약수터’라 부른다. 이곳의 약수는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 또한, 신경통과 위장병에 좋다하여 탐방객들이 줄을 잇는다.

 

약수를  한 모금 마시고 절물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절물오름은 해발 약 600고지에 위치해 한라산과 근접해 있다. 이 오름은 낙엽활엽수림으로 울창하다.

   
  ▲ 절물오름 등산로에는 고무폐타이어와 나무계단으로 조성됐다.  
한발 한발 발을 디딜수록 겨울 속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오름,

 

홀가분하게 빈 가지만을 덩그러니 남은 산뽕나무, 한때는 초록으로 젊을 과시하듯 싱그러움을 발사했던 서어나무, 비목, 하얀 꽃으로 아름다움을 뽐냈던 때죽나무, 산딸나무, 큼지막한 겨울눈을 움켜쥔 목련, 코끝을 간질이던 상산나무 등이 오로지 빈 가지만을 덩그러니 남겨둔 채 동면에 들어섰다. 동면에 들어선 나무들은 겨울에 찬란한 꿈을 꾼다. 가지마다 ‘희망’을 품고 고난의 길을 걷는 나무들이 사랑스럽다.

 

누런 빛깔로 퇴색된 낙엽들이 낮은 자세로 땅에 엎드린 채 숨죽이며 계절에 순응하듯 묵묵히 나무뿌리를 덮고 있다. 겸손한 낙엽을 밟으며 겨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하늘과 가까워질수록 바람은 매섭게 불며 눈발을 흩뿌린다. 어느덧 정상에 도달하니 절물오름 서쪽에 자리한 전망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전망대에는 앞서 도착한 탐방객들로 붐볐다.

 

부모들과 함께 오름을 오른 아이들은 눈발이 날리는데도 추운 줄도 모르고 마냥 신이 났다. 도심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모처럼 자연의 품안으로 안긴 채 콧노래를 흥엉거린다.

   
  ▲ 큰대나오름 정상 전망대에서 만난 아이들.  
이 오름 주의에는 민오름, 지그리오름, 거친오름, 견월악, 물찻오름 등이 이웃해 있다. 이곳 정상에서 동쪽으로 눈길을 주면 저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다가와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이 오름은 원형의 분화구로 형성됐다. 오름 동쪽으로 맞붙은 봉우리가 보인다. 큰대나오름 동생격인 족은대나오름이다. 족은대나 오름은 북동쪽으로 터진 말굽형 화구이다. 절물오름은 의좋은 형제처럼 서로 의지하고 있다.

 

   
   
깨소금 같은 눈발을 흩날리며 금방이라도 겨울나라를 펼쳐 놓을 것만 같은 하늘이 낮게 드리워졌다. 다가와 앉은 한라산을 뒤로 하고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기며 주의를 둘러보니 주먹만 한 콩새들이 나무열매 씨앗을 주워 먹느라 분주하게 날아다니고 있다.

 

외로운 겨울 숲에선 산새들이 아이들처럼 재잘거리며 쉼 없이 앙상한 가지 사이를 오가며 쓸쓸한 나무들을 달래주고 있다.

 

바람은 앙상한 가지 사이를 누비며 휘파람새처럼 노래를 부르고 아이들은 산새처럼 재잘거리며 흙내음, 바람내음, 자연의 향내를 맡으며 노래를 부른다. <제주투데이>

 

 

절물오름 높이는 해발 696.9m, 비고 147m , 둘레는 2,459m, 면적은 397,123㎡, 폭은 539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