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는 성 '성산일출봉'
제주도 동쪽 끄트머리에서 제주를 지키는 거대한 성(城), '성산일출봉‘이 태곳적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어디서든 해는 뜬다. 그러나 검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일출봉의 해돋이는 탐방객들의 감흥과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깎아지른 바위들이 성처럼 둘러싸여 마치 거대한 왕관처럼 우뚝 솟아 있다. 성산일출봉의 신비는 그 어떤 수식어로 표현할 수 없을 만치 장관을 이룬다. 첫해를 여는 1월 1일이면 이곳을 찾는 탐방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진풍경이 펼쳐진다.
일출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는 든든한 장군바위들이 수호신처럼 우뚝 서 있다. 거대한 장군바위 하나가 입을 크게 벌리고 우도를 향해 ‘야~호~’라고 외치는 장군바위, 다양한 모습으로 형성된 바위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99개의 바위 봉우리로 둘러싸인 일출봉 정상에 서게 된다.
해발 182m 일출봉 정상은 움푹 들어간 3만 평의 원형 분지로 형성됐다. 분지는 광대한 경기장처럼 평평하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농사를 지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대나무, 해송과 억새, 잡풀, 찔레 넝쿨 등이 무성하게 우거져있다.
일출봉에서 북쪽으로 길게 누운 우도를 마주하면, 푸른 바다로 낙하하는 눈부신 햇살과 넘실거리는 파도의 울림이 노래처럼 들려온다. 또한, 서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지미봉, 식산봉, 두산봉, 다랑쉬오름 등 백설의 한라산까지 눈앞에 펼쳐지며 남국의 정취를 더해준다. 남쪽으로는 긴 타원형 해안선 신양반도, 섭지코지로 이어진다. 오밀조밀한 마을 해안선을 따라 거닐다 보면 어촌마을의 평화로움이 갯바람에 실려 다가온다.
또한, 성산마을까지 이어주는 일출봉 초원 능선에는 한파가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갯쑥부쟁와 감국, 수선화가 소담스레 피어 발길을 붙잡는다. 성산일출봉의 아름다움은 이처럼 주변의 경관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특히 그 비경 속에서 일출봉의 숨겨진 베일을 엿보는 것이 일출봉의 진미라 할 수 있다.
왕관 모양을 한 일출봉을 예전엔 ‘청산(靑山)’이라 일컬었으나, 수직으로 솟구치어 오른 거대한 암석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성과 같다 하여 ‘성산’이라 한다. 또한 해돋이로 유명하다 하여 ‘성산일출봉’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일출봉 옆으로 독립된 바위가 하나 있는데, 그 바위를 새끼청산이라고 한다. 새끼청산에 가마우지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풍경은 마치 바위 봉우리들이 뾰족뾰족 솟아오른 일출봉과 흡사하다.
일출봉은 대략 5천 년 전, 얕은 바다 밑에서 화산활동으로 뜨거운 용암이 찬물과 만나자 용암은 급격히 식고 물은 끓어올라 결렬한 지각변동으로 일어난 수성화산체다. 일출봉은 제주의 360여 개의 오름 중 3면이 수직 바다에 박혀있는 오름이다. 일출봉의 탄생과 형성과정을 엿볼 수 있는 암벽에는 화산의 속살을 보여주는 암석층이 확연히 드러나 있다. 이는 화산섬의 신비를 더해준다. 화산섬의 신비로운 풍광과 어우러지는 비경을 감상하려 탐방객들이 사시사철 줄을 잇는다.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일출봉의 해돋이는 환상의 교향곡처럼 장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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