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에서 부는 꽃향기 ‘절물오름’
봄 햇살은 요술쟁인가 보다. 헐벗은 나무마다 희망을 흩뿌리며 부스럼 같은 서릿발을 뚫고 자잘한 풀꽃을 피워낸다. 포근한 햇살에 꿈틀거리며 피어나는 꽃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오름에도 앞 다퉈 꽃을 피워 내느라 분주하다.
봄이 움트는 절물오름. 예전에는 숲이 우거진 오름에선 땔감을 구했으나 근래에 들어서는 건강과 아름다운 경관을 찾는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처럼 이 오름에는 다양한 식물이 자생하고 있어 매년 봄이면 꽃을 찾는 이들이 즐겨 찾는다. 절물휴양림 내에 있는 절물오름은 산체가 두 개로 나뉘어 큰봉우리를 '큰대나' 작은 봉우리를 '족은대나'라고 부른다. 이들은 독립화산체로 큰대나는 원형의 분화구로 형성됐으며, 이 오름 동쪽으로 맞붙은 족은대나는 북동쪽으로 터진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다. 탐방로는 큰대나오름만을 오를 수 있도록 정비가 되어있다. 큰대나는 표고 696.9m 비고 147m 둘레 2,459m의 규모를 갖춘 오름으로 약 1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
이 오름의 유래는 오름 가까이에 절과 용천수가 있다하여 '절물오름'이라 명명됐다. 그러나 절은 없고 오름 오른쪽으로 작은 암자만이 남아있다. 오름 북사면기슭에는 약수터가 자리하고 있다. 약수터는 사람과 동물이 목을 축일 수 있도록 2곳으로 나눠져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고 있다.
낙엽활엽수림으로 우거진 이 오름에는 제주휘파람새, 직박구리, 까마귀, 콩새, 족제비, 노루 등이 서식하며, 봄을 알리는 풀꽃들이 가장 먼저 피어나 꽃을 찾는 이들에게 기쁨을 전달하기도 한다.
산책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봄 마중을 나온 자잘한 풀꽃들과 눈맞춤을 하게 된다. 세복수초와 앙증맞은 새끼노루귀, 가냘픈 변산바람꽃, 현호색, 꿩의바람꽃, 큰괭이밥, 중의무릇 등이 봄을 선사한다. 이 오름 정상에는 전망대가 놓여 있다. 이곳 정상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웅장한 한라산이 바로 코앞에 다가서고 북쪽으론 제주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동쪽으로 눈길을 주면 성산일출봉까지 파노라마가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오름 분화구 안은 잡목으로 우거져 접근할 수 없으며, 정상 주위에는 산딸나무와 서어나무, 쥐똥나무, 단풍나무 등이 자생하고 있다. 헐벗은 나무에 기대어 가만히 귀 기울이면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온다. 꽃눈을 틔우는 소리, 봄바람에 일렁이는 소리, 낙엽을 뒤척이며 꽃을 피워내는 자그마한 풀꽃의 분주함까지 들려온다. 오름에선 무기력 했던 마음도 겨울을 이겨낸 나무들처럼 봄을 안고 피어나는 풀꽃처럼 강건해진다. 오름은 생명을 불어넣는 마력 같은 힘을 지녔다. 손톱만한 이파리들이 팔랑거리며 상산나무의 향내가 진동하기 시작하면, 생강나무가 가장 먼저 꽃을 피워낸다. 연이어 목련, 벚나무가 꽃을 피워 완연한 봄빛으로 물들어간다.
절물오름가는 길☞ 제주시-봉개동-명도암 -노루생태관찰원을 지나면 절물양휴림이 나옴.
제주시에서 대중교통 공영버스 1번을 이용하면 절물자연휴양림까지 도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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