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더위와 피로를 풀릴 수 있는 오름

제주영주 2010. 7. 17. 16:05

솔향기 그윽한 오름길...샘이 있어 좋다

 

 

간밤에 내린 비로 초목은 한층 푸른빛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숲 사이로 풀잎을 어루만지며 숲길을 내는 바람에 안식하고 싶은 계절이다. 울창한 숲길로 향하는 발길, 샘이 있는 오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명도암 마을 안쪽에 자리 잡은 아담한 안새미오름. 이 오름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샘을 품고 있다. 안새미오름 북쪽 기슭으로 수량이 풍부한 샘이 있다. 제주에는 이처럼 샘을 품고 있는 오름이 많다. 봉개동 절물오름, 대흘 새미오름, 송당 거슨새미오름, 애월 산새미오름, 한림 새미소 등이 있다.

특히 안새미오름 기슭에서 솟는 샘은 3단계로 나뉘어 있다. 식수, 허드렛물, 우마용 물로 구분되어 마을에서 유용하게 사용됐음을 짐작게 한다. 식수로 사용됐던 샘은 쌀을 이는 조리 모양이라 하여 조리새미물이라 불린다고 한다. 지금은 식수로 적합하지 않아 사용되지 않고 있다. 명도암 마을에선 이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 데크를 설치하여 정비했다.

우마로 사용됐던 웅덩이 주변에는 백리향 향기가 그윽하다. 이 식물은 고산 일대에서 자생하는 식물인데 이곳을 정비하면서 심어 놓은 듯하다. 또한, 원추리가 작열하는 여름날을 노래하듯 꽃봉오리를 터트리고 있다. 웅덩이에는 마름꽃이 피어있다. 이 꽃은 작아서 눈에 띄지 않으나, 이 식물의 잎이 마름모 모양이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바람은 수면을 일렁이기도 하고 여린 꽃잎을 할퀴고 지나간다.

조리새미물 오른쪽으로 오롯이 안새미오름을 오를 수 있도록 정비돼 있다. 오름길은 고무매트로 깔려있다. 안새미오름은 표고 396.4m, 비고 91m, 둘레 1,718m의 규모로 북동쪽으로 터진 말굽형 화구를 갖추고 있다.

오름길은 북사면에서 동사면 측으로 오름을 관통하여 밧새미오름 기슭으로 이어진다. 오름길 초입에는 쇠무릅과 모시 옷감 원료로 쓰이는 모시풀이 무성하다. 오름길 중간마다 나무의자와 평상이 놓여있다. 삼나무 숲 내음을 맡으며 오르노라면 어느새 삼나무는 사라지고, 자연림으로 오름을 에워싸고 있는 정상에 서게 된다. 이곳 정상에서 북쪽으로 내려다보면, 이 오름과 이웃해 있는 열안지오름이 아담하게 펼쳐진다. 그 너머로 제주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동쪽으론 바농오름, 민오름 남쪽으론 거친오름, 절물오름, 한라산이 펼쳐진다. 오름 북사면에는 삼나무로 울창하나 정상에는 자연림으로 우겨져 있다. 또한, 동남 사면으론 소나무가 무성하다.

오솔길처럼 오롯이 나 있는 오름길엔 솔가리가 쌓여 운치를 더한다. 하산하는 발걸음은 솔향으로 한층 가볍다. 산새 소리 가득하여 즐겁다. 오름 남사면 기슭에는 밧새미오름이 이웃해있다. 마치 우애 좋은 형제처럼 기대고 있는 듯하다. 안새미오름 초입에 세워진 오름 안내 표지판에 의하면 명도암 마을을 중심으로 하여 바깥에 있는 이 오름을 밧새미, 안쪽에 있는 오름을 안새미오름이라 불린다. 또한, 이 두 오름을 형제봉이라고도 한다. 이 형제봉 사이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안새미오름 서쪽 기슭으로 느긋하게 15분 정도 걸으면 조리새미물에 도착하게 된다.

   
  ▲ 안새미오름 북사면 기슭에서 바라보는 정경.  

 

     
 
  ▲ 쌀을 이는 조리모양이라 하여 '조리새미물'.  

 

   
  ▲ 백리향.  

 

     
  ▲ (좌) 마름꽃. (우)원추리.  

 

   
  ▲ 안새미오름길.  

<제주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