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피뿌리풀로 유명한 아부오름은 옛말?

제주영주 2010. 5. 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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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촬영했던 피뿌리풀

 


피뿌리풀로 유명한 아부오름은 옛말?

피뿌리풀 떠난 자리엔 노란 개민들레만 무성

 

오월의 바람은 오름 능선을 타고 찔레꽃, 아카시아 꽃향기로 제주의 들녘을 물들인다. 가는 곳마다 꽃향기, 풀향기 묻어나는 제주의 풍광은 늘 새롭다. 좁은 땅덩어리에 한라산을 중심으로 징검다리처럼 이어지는 오름, 저마다 독특한 형태로 자연의 신비를 빚어내고 있다. 또한, 오름에는 제주의 들꽃이 철 따라 무수히 피고 지고 있다. 이는 자연의 준 선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소중한 선물을 제대로 보전하지 못하고 있다.

아름답다고 하여 또는 귀하다 하여 자신의 정원으로 옮겨가는 몰상식한 이들의 손에 의해 오름에서 또는 곶자왈에서 희귀식물이 사라져 가고 있다. 특히 제주특산식물, 희귀식물, 난초과 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제주의 오름에 자생하는 '피뿌리풀'이 훼손됐다는 소식을 받고 서둘러 아부오름을 오른다.

이 오름 기슭에는 소들의 평화로움을 만끽하며, 신록으로 물든 초원을 누비고 있다. 요즘 구제역 확산으로 인해 목장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아부오름은 사유지 목장 내에 둥그런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아부오름 들머리에는 '앞오름'이란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표지석에는 이 오름의 유래에 대해 적혀있다. 예전부터 이 오름을 '압오름'이라 불렀으며, 송당 마을과 당오름 남쪽에 있어서 '앞오름'이라 하여 이것을 한자로는 전악(前岳)이라고도 한다. 또는 산 모양이 움푹 파여 있어 마치 가정에서 어른이 믿음직하게 앉아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아부악(亞父岳)이라고도 한다.

이 오름은 비고 51m, 둘레 2,012m의 규모로 원형의 분화구를 갖추고 있다. 분화구는 이 오름의 높이보다 20m 이상이나 깊다. 제주만이 독특한 풍광이 원형분화구 주위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이 오름은 제주민란을 소재로 한 영화 '이재수난'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선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피뿌리풀'이 자생하는 곳이다.

피뿌리풀은 우리나라에선 제주 동부권 지역, 이 일대 오름에만 자생한다. 이를 보기 위해 해마다 피뿌리풀이 피는 오월이 되면 멀리서 아부오름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씁쓸하게도 피뿌리풀을 캐낸 흔적이 남아있다. 자연에서 자생하는 식물은 다른 곳으로 옮겨 심으면 시들시들 죽어간다. 식물은 자생환경의 습도와 온도에 민감하다. 특히 자연에서 자생하는 식물은 대부분이 결벽증이 강하다. 마치 '우츄프라카치아'의 전설처럼 조금만 건드려도 시들시들 앓게 된다.

제주에 자생하는 모든 식물은 나만의 것이 아니며, 우리의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제주의 식물은 오름과 더불어 관광자원으로 활용돼야 한다. '피뿌리풀'이 떠난 자리에는 귀화식물인 개민들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 목장에는 소들이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다.  

.<제주투데이>

<문춘자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