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여름날의 안식처 ‘민오름’

제주영주 2010. 6. 28. 20:56

여름날의 안식처 ‘민오름’

다양한 나뭇잎은 별처럼 수를 놓고....영혼을 말갛게 씻겨주네!


 초록 이파리들이 모여 팔랑거리며 물결을 이루는 오름, 그 물결 위에 하얀 나비떼가 고운 숨결로 한껏 토해내고 있습니다. 짓궂은 바람이 스치고 나면 눈송이들이 사르르 가벼이 흩날립니다. 이러한 풍광은 울울창창한 나무로 우겨진 오름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더욱이 산들바람이 부는 날이면 그 모습은 환상적입니다. 하얀 나비들의 춤사위가 푸른빛과 어우러져 멋을 더해줍니다. 6월부터 피기 시작한 산딸나무꽃이 팔랑거리며 시선을 붙잡습니다.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안식을 찾고 싶은 계절입니다.


 올 여름은 진초록 향기로 가득한 봉개동 민오름 트레킹을 권하고 싶습니다. 민오름은 원래 나무가 없는 민둥산을 뜻합니다. 봉개동 민오름은 이름과는 무색할 만치 자연림으로 우거져 있습니다. 또한 '무녜오름'이라고도 부릅니다. 그 연유는 송당리 방향에서 바라보면 오름 모양새가 세모 모양으로 마치 무녀들이 쓰는 '송낙'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오름 서쪽 기슭에는 제법 고로쇠가 많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올 겨울, 이 부근에선 고로쇠 수액 채취가 행해졌습니다. 고로쇠나무는 힘겨운 겨울날 수액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그 아픔을 겪고 이겨낸 고로쇠나무에 갈채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부스럭거릴 힘조차 없는 겨울날, 꿋꿋하게 참아준 고로쇠나무들이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푸름으로 아픔을 채워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녹음 진 오름길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등반로 초입에는 상산나무 향내로 가득합니다. 오름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숲의 향기를 가장 먼저 선사하는 나무입니다. 상산나무의 향기는 강하여 싫어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살짝 스치는 향기는 머리를 맑게 해주는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 나무는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특유의 향내를 냅니다. 상산나무는 숲 가장자리에 서식하며, 키는 2m 정도 자랍니다.


  민오름 등반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큰키나무에 의지하고 살아가는 등수국꽃이 눈에 띕니다. 등수국은 수국과는 달리 덩굴나무입니다. 꽃으로 가장한 헛꽃은 눈처럼 흽니다. 등수국이 가는 세월을 아쉬워하듯 하얀 꽃잎이 누렇게 탈색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 오름 자락에는 이외에도 보기 드문 가지더부살이가 자생합니다. 가지더부살이는 나무뿌리에 기생하는 부생식물입니다. 마치 버섯처럼 보이는 가지더부살이는 엽록체가 없어 영양분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나무뿌리에서 양분을 얻으며 살아갑니다. 가지더부살이의 키는 5~10cm 정도 작으며 줄기는 하얀색 또는 연한 노란색을 띱니다.


  이처럼 이 오름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서로 의지하고 양보하며 울창한 숲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나무들은 상큼한 산소를 내뱉으며 우리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해줍니다. 나무들이 내뱉은 초록언어들은 우리들의 영혼을 말갛게 씻겨주는 기도와도 같습니다. 자연은 소리 없는 기도로 영혼을 울리나 봅니다.  숨을 고루며 하늘을 올려다보면 초록 커튼이 드리워져 녹색물결에 휩싸인 듯합니다. 산새소리 즐겁게 지저귀고 다양한 나뭇잎들은 별처럼 수를 놓으며 한여름을 보냅니다.


 민오름은 등반로 정비가 잘 되어 있으며, 정상에는 나무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이 오름은 30분 정도면 충분히 오를 수 있습니다. 이 오름은 북동쪽으로 터진 말굽형 화구를 갖춘 독립화산체입니다. 화구를 따라 눈길을 주면 광활한 교래곶자왈이 펼쳐지며 상쾌한 녹색바람의 불어옵니다.


봉개동 민오름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의 길이 있습니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면 비자림로를 권하고 싶습니다. 비자림로는 양쪽으로 늘어선 삼나무숲과 고갯길처럼 휘어져 멋스럽습니다. 또한, 6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하는 산수국도 이 길의 매력을 더해줍니다.


*봉개동민오름은 표고 651m, 비고 136m, 둘레 3,433m의 규모를 갖춘 독립화산체입니다. 봉개동 민오름 외에 오라동, 송당, 선흘, 수망리에도 민오름이 있습니다.


가는 길☞ 1. 표선/산굼부리 방면 시외버스 이용, 절물입구 하차후 1.8km도보.

2. 번영로- 봉개동 명도암방향- 민오름 약 5.7Km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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