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무더운 여름날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오름

제주영주 2010. 8. 9. 18:37

[오름과 야생화 10]  여름을 노래하는 물레나물, 까치수영이 반기는 북오름

 

제주에는 크고 작은 오름들이 어우러져 물결을 이루며 독특한 풍광을 자아낸다. 오름은 저마다의 크기와 형태를 달리하며, 제주인의 애환과 다양한 동식물을 품을 뿐만 아니라 제주의 역사를 담고 있다. 산 생김새가 큰 오름은 웅장한 멋이 있고 야트막한 오름은 아담하여 또 다른 멋을 자아낸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 선인동 알바메기오름에서 덕천리 방향으로 약 2km로 달리다 보면 동서로 가로누운 야트막한 북오름이 눈에 띈다. 북오름은 동쪽 봉우리에서 자로 구부러진 등성마루가 깊고, 커다랗게 북쪽으로 벌어진 발굽형 화구를 지난 화산체다. 화구바닥은 꽤 넓은 타원형 모양을 이루고 있다. 또한, 북오름은 동쪽에는 북오름굴이라는 천연동굴과 북동쪽에는 주체오름, 남쪽에는 거멀굴이라는 천연동굴이 있으며, 동남쪽 일주 사면엔 삼나무와 해송이 조림돼 있다.

이 오름 남사면 기슭에 안내판과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어 탐방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안내판에는 오름 모양새가 북을 닮은 데서 연유하여 북오름이라 한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이 오름의 형태는 북을 닮은 데는 없는 것 같다. 우선 이 오름의 모양새를 보기 위해 오름 둘레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임도를 따라 둘러봤다. 북쪽에서 바라보는 이 오름은 남쪽에서 보는 오름 형태와는 달리 북쪽으로 넓게 벌어진 발굽형 화구를 갖추고 있으며, 보기와는 달리 산체가 꽤 큰 편임을 알 수 있다. 이 오름은 겉으로 보기에는 보잘것없어 보이나, 오름의 속살을 거닐다 보면, 오름의 주는 멋에 푹 빠져든다.

북오름은 비고 86m로 둘레가 1,851m의 규모다. 삼나무와 해송 등 자연림으로 울창하여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산책 겸 오르기에는 적당하다. 남사면 쪽으로 나 있는 산책로는 빼곡한 삼나무로 울창하여 고즈넉함을 더해준다. 삼나무 향기를 맡으며 오르는 산책로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 만큼 짧다. 남사면 쪽으로 10여 분 오르니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우뚝 솟은 알밤메기와 윗밤메기 일대가 보인다. 북쪽으론 함덕 서우봉과 수평선 너머로 추자도까지 보인다.

서사면 기슭으로 나 있는 탐방로에는 억새풀 사이로 여름을 노래하는 까치수염과 물레나물과 땅나리가 빼꼼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까치수염은 꽃줄기 끝에 자잘한 하얀 꽃송이가 모여 핀다. 하얀 꽃이 활짝 핀 모습은 마치 여우꼬리처럼 우아하다. 이 식물은 까치수영, 꽃꼬리풀, 개꼬리풀이라고도 한다. 꽃줄기 끝에 노란 잎이 바람개비 모양으로 피는 물레나물은 꽃술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뜨거운 여름날 타는 듯한 태양처럼 매혹적이다.

땅나리는 해안 일대와 한라산 중산간 지대까지 자생한다. 이 식물은 참나리, 말나리와 달리 꽃이 앙증맞다. 이처럼 북오름의 매력은 들꽃의 주는 아름다움과 울창한 나무로 우겨져 더위를 식힐 수 있다. 서사면 기슭으로 정비된 탐방로는 돌계단으로 놓여 있다. 삼나무 산책로와 오솔길 그리고 돌계단으로 이어지는 오름길은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