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채움과 비움의 지혜를 전하는 오름

제주영주 2010. 8. 27. 18:25

  

채움과 비움의 지혜를 전하는 오름
[오름과 야생화 13]오름길엔 가을향내 물씬
 
    문춘자 기자 webmaster@ijejutoday.com
 
   
  ▲ 큰바리메.  

우리는 자신의 그릇에 무엇을 얼마나 채우며 살아가고 있을까? 또한, 얼마나 비우며 살아가고 있을까? 올가을, 채움과 비움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바리메'로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바리메는 원형분화구를 갖추고 있는 화산체로 마치 그 모양이 스님의 공양하는 밥그릇 '바리때'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를 '큰바리메라'하며 바로 동쪽으로 이웃해 있는 오름을 '족은바리메'라 한다. 족은바리메를 일명 '각시묘'라 하는데 각시처럼 아담한 오름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그러나 족은바리메는 큰바리메와 달리 동서로 가로누운 능선이 가파른 편이다.

바리메는 비고 213m, 둘레 4,694m의 규모로 소나무와 자연림을 이루고 있다. 큰바리메와 족은바리메에는 산책로가 정비돼 있어 이곳을 찾는 탐방객들이 늘고 있다. 큰바리메 남동쪽 기슭으로 주차장이 정비돼 있다. 주차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때죽나무, 서어나무, 까치박달, 단풍나무 등으로 울창하다. 등산로는 데크와 고무매트로 깔려있다. 가파른 등산로를 20여 분 정도 오르면 정상에 도달하게 된다. 울창한 나무를 이루고 있는 등성마루를 오르고 나면 시야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정상은 원형분화구 주위를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완만하다. 또한, 이곳 정상에서 동남쪽으로 족은바리메와 노꼬메 너머로 한라산이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북쪽으론 새별오름, 이달봉, 금악봉 등이 이어질 듯 끊어질 듯한 부드러운 능선이 비양봉까지 맥을 잇는다. 서쪽으로 북돌아진오름, 괴오름, 다래오름 너머로 산방산 등이 펼쳐진다. 이 오름은 한눈에 서부권 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최적지이다.

족은바리메는 큰바리메에 비해 산체는 작으나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이 오름 초입에는 방울꽃, 물봉선이 가을소식을 입에 물고 막 꽃망울을 터트린다. 이 오름은 중앙에 있는 주봉과 3개의 작은 봉우리로 연이어지며, 말굽형 형태의 분화구를 갖추고 있는 화산체이다. 특히 이 오름에는 구지뽕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울창한 숲은 가을향기를 뿜어내며 찌들었던 삶을 치유한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처럼 오름길은 아늑하고 고요하다. 들리는 것은 오로지 산새 소리와 풀벌레 소리뿐. 발길 닿는 곳마다 소담스레 가을꽃이 하나둘씩 고개를 내민다. 여름을 장식하는 탑꽃, 층층이풀이 뜨거웠던 여름과 함께 꽃잎을 떨구고 있다.

여름 꽃들이 자리를 내주는 곳마다 가을을 알리는 여로, 진범이 울창한 나무그늘 사이로 꽃망울을 터트린다. 옷깃을 스치는 바람에도 가을향내가 묻어난다. 정상에서 맞는 가을바람은 새털구름 같다. 오름길을 걷는 동안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다. 채움에서 비움으로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 족은바리메.  

.

   
  ▲ 큰바리메 산책로.  

 

   
  ▲ 큰바리메 정상.  

 

   
  ▲ 큰바리메 정상에서 바라보는 새별오름, 이달봉.  

 

   
  ▲ 왼쪽부터 '물봉선, 방울꽃'.  

 

   
  ▲ 족은바리메 산책로.  

 

   
  ▲ 왼쪽부터 '진범, 파리풀, 탑꽃.  

 

바리메 가는 길 ☞ 제주시 제1산록도변  노꼬메를 스쳐 웅진리조트 입구에서 2.1km 임도를 따라 들어가면 바리메오름 입구에 다다른다.<제주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