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부드러운 카리스마 넘치는 거미오름

제주영주 2010. 9. 27. 18:31
[오름과 야생화 18] 고운 능선마다 쑥부쟁이 당잔대 등 가을노래 은은하게 퍼져
   
  ▲ 거미오름.  

오름은 포물선의 연출이다. 부드러운 포물선의 물결 속에서 카리스마가 넘쳐 보이는 오름이 있다. 바로 구좌읍 일대를 움켜쥐고 있는 거미오름이다. 비고 115m, 둘레 3,613m의 규모로 오르기에 수월하다. 이 오름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과 구분하기 위해 일명 '동거문오름'이라고도 한다. 거문오름은 신성스러운 오름을 의미하는 데서 유래됐다. 거미오름의 모양새는 특이하다. 여러 개의 봉우리로 이어져 있으며, 세 개의 분화구를 갖추고 있는 복합화산체다. 뿔처럼 뾰족한 봉우리가 단연 주봉이다. 마치 이집트 피라미드처럼 솟은 주봉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아찔하게 만드는 마력 같은 힘이 있다. 발을 사방으로 뻗치고 있는 듯한 기세와 우뚝 솟은 주봉은 이 오름의 매력이다.

용눈이오름을 여인에 비유한다면 거미오름은 남성적인 오름이라 할 수 있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거미오름은 어디서든 자신의 모습을 압도적으로 드러낸다. 이 오름은 강한 카리스마 속에 부드러운 선으로 주변을 거머쥐고 있는 형국이다. 오름 동사면으로 펼쳐지는 작은 알오름들이 하나의 무덤처럼, 무덤과 어우러져 있는 풍경은 거미 왕국을 연상케 한다. 알오름 일대에서 펼쳐지는 풍광은 목가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또한, 이 오름 일대에서 소들이 느긋하게 풀을 뜨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사방으로 탁 트인 거미오름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이 오름의 백미라 할 만큼 이채롭다. 발을 옮길 때마다 변하는 능선 너머로 주변 오름과 한데 어우러져 색다른 풍광을 연출한다.

미끄러지듯 부드러운 곡선들이 가을하늘로 이어지는 거미오름의 품속은 신비롭다. 거미오름 품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눈을 뗄 수 없을 만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오름 능선의 묘미에 빠져든다. 또한 이 오름은 고운 풀밭을 이루고 있어 발길 닿을 때마다 풀꽃의 노래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쑥부쟁이, 탐라황기, 당잔대 등 자잘한 풀꽃이 바람 사이로 숨결을 토해내노라면, 가을의 향연은 짙어만 간다.

   
  거미오름 동사면으로 산재해 있는 알오름과 풍력발전소.  

 

   
  목장너머로 펼쳐지는 손자봉과 용눈이.  

 

   
  거미오름 능선너머로 펼쳐지는 풍광.  

 

   
  ▲ 왼쪽부터 당잔대, 쑥부쟁이, 탐라황기.  

<제주투데이>

   
     

거미오름 가는 길 ☞구좌읍 송당리 사거리에서 수산리 방향으로 4.5km 쯤 -삼거리(광산 김씨 묘역 안내표지석)을 따라 1.1km를 가면 오름 기슭에 도착함. 또한 구좌읍공설묘지 쪽과 성읍리 백약이오름을 거쳐서 오를 수 있다. <제주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