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노꼬메큰오름, 단풍·억새로 물들다

제주영주 2010. 10. 30. 21:37

[오름과 야생화 20] 완전한 가을 색상 표현·목가적 낭만 '물씬'
   
  ▲ 노꼬메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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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가을은 단풍과 억새의 물결로 출렁인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물들기 시작한 가을, 어느덧 오름에도 가을빛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크고 작은 360여 개의 오름은 저만의 옷으로 갈아입은 채 가을 멋을 한껏 뽐내고 있다. 오름 가운데 단풍과 억새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곳을 꼽는다면 단연 큰노꼬메다.

제주 서부지역을 대표할 만큼 위풍당당한 산체를 지닌 큰노꼬메는 아우 격인 족은노꼬메와 바리메, 안천이오름 등을 주변에 끼고 있다. 큰노꼬메는 해발 834m, 비고 234m로 북서쪽으로 터진 발굽형 화구를 가진 화산체다.

오름 명칭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한자로 녹고산(鹿高山)으로 표기되고 있다. 사슴이나 노루와 관련지을 만하다. 울창한 숲으로 구성된 오름과 목장 지대와 곶자왈을 이루고 있어 노루의 서식처로 제격이다.

큰노꼬메는 1100도로와 이어지는 산록도로(1117)변 소길리 공동목장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공동목장 입구에 '놉고메노꼬메'란 쓰인 표지석이 세워져 있으며, 입구에서 약 600m 지점에 주차장과 화장실이 조성돼 있다. 주차장에서 오름 정상까지는 2.1km 가량, 오름 기슭까지 가는 목장길에는 보랏빛 꽃향유와 엉겅퀴가 제법 눈에 띈다.

또한,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는 말들의 여유로움에서 바쁜 일상의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목장길을 지나 오름 기슭에 다다르면 가족공동묘지가 눈에 들어온다. 가족공동묘지 왼쪽으로 나 있는 오름길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으며, 한사람 정도 지나갈 만큼 폭이 좁고 호젓하다.

큰노꼬메는 다양한 나무로 숲을 이루고 있다. 삼나무와 소나무로 구성된 숲길에선 피톤치드를 한껏 마실 수 있다. 또한 이 숲길을 지나면 때죽나무, 벚나무, 고로쇠 등의 낙엽활엽수로 장식하고 있다. 낙엽활엽수 숲길을 벗어나면 적송림이 나그네를 반긴다. 솔향으로 가득한 솔숲을 지나면, 하늘을 꽁꽁 가려던 숲 위에 서게 되면서 은빛 억새의 물결에 휩싸이게 된다.

또한, 분화구에는 오색단풍으로 물들어 가을의 색상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이 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아름다움, 고독함, 고즈넉함으로 나그네의 시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발아래 펼쳐지는 애월곶자왈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애월곶자왈은 오름 정상에서 뿜어져 나온 용암들의 흘러내려 애월읍 납읍리와 원동지역까지 9km에 걸쳐 형성됐다. 지하 10m까지 용암이 뒤엉켜 이뤄진 곶자왈, 이곳이 원시림으로 형성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흘러 생명의 숲으로 탄생됐다.

곶자왈은 일정한 온도습도가 유지되면서 북방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뿐 아니라, 동물들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단풍과 억새로 치장한 큰노꼬메는 생명의 숲, 곶자왈과 고수목마의 목가적인 풍경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 호젓한 솔숲길.  

 

   
  ▲ 노꼬메 큰오름 정상에는 은빛 억새로 출렁거리고 있다.  

 

 

   
  ▲ 단풍과 억새가 조화를 이루며 깊어가는 가을.  

 

노꼬메 큰오름 가는 길☞ 1100도로와 이어지는 산록도로(1117번)변 왼쪽으로 소길리공동목장 입구에서 600m를 가면 주차장에 도달한다. <제주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