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해넘이가 아름다운 삼중주...오름, 바당, 섬

제주영주 2010. 12. 14. 18:33

 

 

 
   
  ▲ 차귀도 노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희망과 설렘으로 시작됐던 계획들이 낙엽처럼 스산하게 바람에 흩날리며 여운을 남긴다. 늘 이맘때가 되면 왠지 모를 아쉬움이 몰려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해넘이를 바라보며 자신을 뒤돌아보고 내일을 위한 설계를 세운다면 아쉬움보다는 꿈을 꿀 수 있는 또 다른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 일몰은 또 다른 시작임을 알리는 메시지다. 해넘이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수월봉과 고산 당오름은 일몰 명소로도 소문난 곳이다. 이곳에서의 해넘이는 차귀도 너머로 붉은 태양이 서서히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장관을 이룬다. 차귀도는 지실이섬, 눈섬, 대섬 등을 아우르는 이름이다.

오누이의 애틋한 전설로 잘 알려진 수월봉은 수중 화산폭발로 형성됐다. 이 오름의 매력은 수월봉 절벽 아래로 펼쳐지는 해안 '엉알'길을 따라 다양한 퇴적구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이 오름은 화산학의 교과서라 칭할 만큼 화산쇄설암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온갖 퇴적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올해 세계지질공원으로도 인증된 지질명소 중 하나다.

수월봉과 이웃해있는 고산 당오름은 당산봉이라고도 일컫는다. 오름 명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신(黨神)을 모셨던 곳으로 지역 주민과 소통의 장소였던 곳이다. 마을 사람들은 여느 마을처럼 이곳의 신당을 찾아 마을과 가정의 평안을 기원했다. 제주인의 정신적 역할을 했던 이곳의 신당은 조선 시대 이형상 목사가 유교적 봉건 지배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당오백, 절오백'을 타파하면서 사라져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당산봉 동남사면은 둥그스름하고 서사면으로는 깎아지른 암벽과 북사면으로 넓게 패인 말굽형 화구를 갖추고 있다. 또한, 분화구에는 알오름을 품고 있다. 오름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는 약 1시간이 소요된다.

한경면 고산리에서 용수리 해안도로 접어드는 길 왼쪽으로 나 있는 농로로 들어서면 '당오름'이란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이 오름의 초입은 솔가리로 쌓여 사색의 길로 접어들게 한다. 해송과 천선과나무, 보리장나무, 예덕나무, 억새와 띠 잡목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등산로는 앞서간 이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듯 풀숲 사이로 좁다란 오솔길이 나 있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오름과 올레길을 선호하는 것은 잠시나마 자연에서 심신을 치유하고자 찾는다. 넓고 확 트인 길보다 좁고 호젓한 자연의 길을 원한다. 인공이 가미되지 않는 원시적인 길을 좋아한다.

오름 중턱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주변을 둘러보면 가슴이 탁 트일 만큼 시원스러운 풍광에 압도당한다. 색색 지붕의 고산 마을 풍경과 일명 '고산평야'는 보는 이로 하여금 풍요롭게 한다.

또한, 서쪽으로 슬픈 전설이 내려오는 수월봉, 북쪽으론 바다 위로 차귀도가 펼쳐지는데, 그 모습은 베일에 감춰진 섬들이 조각모음이라도 하듯 겹쳐졌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신비로움을 드러낸다. 발길을 옮길 때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교차하는 차귀도의 경이로움에 감탄이 절로 난다. 또한, 용수리 해안도로 풍차는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이색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이 오름의 서사면 등성마루는 바다로 내 닿을 듯 활처럼 휘어져 있다. 마치 거센 파도에 저항이라도 하듯 깎아지른 절벽이 이색적이다. 수중폭발에 의해 형성된 응회암층과 육상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현무암층으로 이룬 이중화산체다.

해안절벽 아래로 펼쳐지는 우뚝 솟은 검은 바위는 자연의 빚어낸 조형물이다. 이곳 해안절벽은 화산단층의 신비로움을 잘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일제강점기의 상흔인 진지동굴이 깎아지른 해안절벽에 남아있다.

이 오름의 매력은 북사면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있다.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과 아우르는 금빛 띠 능선이다. 능선에는 예전에 길이 없었다. 그저 오름을 찾는 이들의 밟고 지나간 흔적만이 어슴푸레 남아 있었을 뿐,

이 길은 새들이 절벽을 즐겨 찾는 곳이란 의미로 생이기정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올레꾼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며, 노을을 감상하기에는 최상의 길이다. 이 아름답고 신비로움을 선사하는 길에 바짓가랑이를 스치던 금빛 물결은 간데없고 널찍하게 포장된 길이 놓여있다.

땅거미가 뉘엿뉘엿 내려앉더니 해가 설움을 삼키듯 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낙하한다. 매일지는 해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석양은 특별하다. 꿈꿀 그 무언가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이곳의 해넘이는 지실이섬과 와도 또는 지실이섬과 죽도 사이로 물들이며 장관을 연출한다. 그 모습은 아름다운 삼중주다. 오름, 바당, 섬이 조화를 이루는 대자연 속에서 한해를 마무리해보면 어떨까?

 

   
  ▲ 당오름 솔숲길.  

 

   
  ▲ 당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고산평야.  

 

   
  ▲ 용수리 해안도로 풍차는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이색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 생이기정길.  

당오름 찾아가는 길☞ 제주시에서 대정방향 12번 도로를 타고 가다 용수리, 절부암 방향 우회전 후 첫 번째 시멘트길을 따라 직진하여 왼쪽 농로로 들어서면  당오름 표지석이 보인다. <제주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