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을탐방

과거·현재 공존하는 마을, 삼도2동

제주영주 2014. 5. 26. 17:59

 

과거·현재 공존하는 마을, 삼도2동

천년의 역사 숨결 따라 걷다

 

 

 

연둣빛이 팔랑거리며 초록빛으로 성숙해 가는 계절이다. 고풍스러운 돌담길 너머에도 봄이 무르익어간다. 과거와 현재가 오롯이 녹아든 마을, ‘삼도2동으로 향했다. 삼도2동은 크게 남성마을, 무근성마을, 향사마을로 구성됐다.

고정언 삼도2동주민자치위원장은 “탐라문화의 발상지인 삼도2동은 도내 최초로 정치·경제·문화·교육·병원·종교까지 들어섰던 곳으로 제주도의 중심지였다”고 마을을 소개했다. 이어 고 위원장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몽고시대 유적 있었던 곳”이라며 “책속이 아닌 눈으로 제주의 역사·문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표석을 세우고 싶다”고 했다. 특히 삼도2동은 삼국시대부터 탐라국 행정 중심지로 역사가 깊은 곳이다.

고 위원장은 “삼도2동은 그동안 도시개발에 밀려 쇠퇴해가면서 지역주민들조차도 생계를 잃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삼도2동은 번화가였다. 도청·시청·병원 등 기관들이 이전되면서 한적한 마을로 변모됐다.

고 위원장은 “도시 개발 트렌드도 ‘원도심 재생’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현대식 도시화보다는 옛 문화의 유적들을 복원하고 문화의 가치를 재현하고 싶다”고 했다. 또 고 위원장은 “옛 명성을 되찾기 보다는 사람 사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원도심 개발 취지에 맞춰 2012년 옛 제주대병원 일대에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시는 올해 문화예술의 거리 활성화를 위해 예술인들에게 빈집을 무상임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삼도2동주민센터는 옛 예술문화 정취를 되살리자는 취지에서 2012년부터 향사당 일원에서 ‘삼도풍류(三徒風流)’ 마을 축제를 열고 있다. 이와 연계해 지난해에는 삼도풍류 축제 및 크리스마스 시민축제 등을 개최한 바 있다. 이 행사는 제주 천주교와 기독교 문화의 발상지인 중앙성당과 성내교회가 입지해 있는 지리적 특성과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도내 최초로 열렸다.

특히 고 위원장은 “역사문화유적 따라 걷는 길을 만들고 싶다”며 “관에서 조금만 지원해주면 아기자기한 문화의 거리를 재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도2동은 ‘관덕정’, ‘제주목관아’, ‘향사당’ 등의 전통문화와 탑동 해안으로 유명하다. ‘향사당’은 무과에 합격하지 못한 각 고을 무반들이 봄·가을 2차례 모임을 갖고 활쏘기와 잔치를 베풀며 당면 과제나 민심의 동향에 대해 논하던 곳이다. ‘향사당’은 삼도2동주민센터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다.

국가지정 보물 제322호 ‘관덕정’은 조선 세종 때 병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세워졌다. 관덕정 실내 벽면에는 벽화가 새겨져 있어 관람객들에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관덕정 앞 양쪽에는 돌하르방이 지키고 있다. 제주의 정체성이 녹아든 이 돌하르방은 현재 남아 있는 48기 중에 속한다. 관덕정 바로 옆에는 ‘제주목관아’가 고풍스레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조선 시대 제주에 파견된 지방관인 목사(牧使)가 업무를 보던 관청이었다. 일제 강점기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제주목관아를 1993년에 국가사적 제380호로 지정되면서 발굴을 시작하여 2002년 12월에 복원됐다. 옛 모습을 되찾은 제주목관아 경내에는 위엄과 고풍스러운 한국의 멋이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