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을탐방

기암괴석과 어우러지는 어촌마을

제주영주 2014. 5. 26. 18:34

 

기암괴석과 어우러지는 어촌마을

열녀의 고장, 신촌리

 

 

 

기암괴석과 갯바위 등이 파도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는 신촌리, 그곳에선 어촌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이 마을은 삼양동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원당봉을 시작으로 속칭 ‘진드르’를 거쳐 조천리와 경계를 이루는 대섬까지 이어진다. 제주시에서 20여 분 동쪽으로 일주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탁 트인 ‘진드르’가 펼쳐진다. ‘진드르’라는 지명은 ‘긴 들판’을 뜻하는 제주어다. 한때 이 지역은 수박과 참외 등으로 유명했다. 지금은 백합단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신촌리 고구봉(54) 이장은 “동부지역에선 빼어난 해안 절경과 낚시터로 유명하다”며 마을을 소개했다. 또한, 고 이장은 “일찍 남편을 여의고 시부모를 정성껏 모신 효부의 이야기로 유명한 ‘열녀의 고장’”이라며 마을을 자랑했다. 임금으로부터 하사받은 열녀비는 교육의 표본으로 삼아 신촌리 애향탑 경내에 안치돼 있다. 또 그는 문인 매계 이한우 선생, 4·3발발 당시 무장대 총사령관이었던 ‘이덕구’, 재일교포로 민족교육에 앞장섰던 조규훈 선생, 이기빈 전 국회의원, 고민수 제주시 전 시장, 한인 골퍼 리디아 고(고보경) 등 많은 인물을 배출한 지역이라고 했다. 특히 고(故) 조규훈 선생은 17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자수성가한 인물로 재일교포 교육기관인 백두학원을 설립하여 민족교육과 조국 부흥에 힘을 쏟았다. 이와 함께 조천중학교도 건립했다. 이 같은 조 선생의 선구자 역할이 인정돼 2011년에 외교통상부가 조 선생께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고 이장은 “조규훈 선생을 기리기 위해 오는 10월경에 신촌재일친목회와 제주향우회가 현창비를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이장은 “1978년에 재일교포들이 자비를 들여 신촌리 일주도로를 개설했다”면서 “신촌 출신들은 애향심이 높다”고 덧붙였다. 또 고 이장은 “마을에선 임대주택 사업을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한 소득은 지역주민들의 복지에 쓰이고 있다”고 했다.

신촌리는 올레 18코스에 있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특히 이 마을에는 해안도로가 나 있지 않은 덕분에 좁다란 올레길을 걸으면서 숨은 비경과 신촌리의 역사와 생활사를 둘러볼 수 있다.

이 마을에는 자연생태학습장으로 활용되는 ‘남생이 못’이 있다. 마름꽃과 연꽃이 한창인 이 못은 2000㎡의 규모로 습지식물과 습지동물 그리고 습지곤층 등 생태환경이 잘 보전돼 있다. 못에는 나무다리가 놓여있어 수생 동·식물을 자세히 관찰하기 쉽다.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이 못에서 소원을 빌면 남자 아이를 얻는다 하여 ‘남생’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과거에는 아들을 얻기 위해 이곳에서 제를 지내고 기원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남생이 못을 들러보고 바닷가로 내려가면 다양한 형태의 기암괴석을 만날 수 있다. 기암괴석은 용암이 흐르다가 바닷물과 만나 급격하게 굳어져 자연의 만들어낸 작품이다.

 

특히 ‘닭머르’ 의 기암괴석은 이 마을의 숨은 비경이다. ‘닭머르’는 닭이 흙을 파헤치고 그 안에 들어앉은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낚시터로도 알려졌으며, 다양한 기암괴석이 많아 예부터 학자들이 모여 풍류를 즐기던 곳이기도 하다. 이 마을에선 지난해 ‘닭머르 관광명소 사업으로 전망대’를 설치했다. 닭머르 전망대에 올라서면 시원스러운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더위를 식혀준다. 눈이 시린 바다와 소박한 어촌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이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면 이중 곁담으로 쌓은 ‘환해장성’과 ‘원담’이 있다. 특히 신촌리는 용천수가 발달돼 있다. 제주산물, 남당물, 여름철 냉용천탕으로 유명한 큰물 등이 있다. 이 마을의 형성과 깊은 ‘큰물’은 지역주민의 생명수라 할 만큼 사철 물이 풍부하다. 신촌리는 원래 국도변 위에 형성됐으나 식수 곤란으로 물을 찾아 해안가로 내려오게 됐다. 이때 새로 생긴 마을이라는 데서 ‘신촌리’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이 마을에는 ‘큰물성창’과 ‘돌코지성창’ 두 개의 포구가 있다. ‘큰물성창’ 방파제에는 아치형 다리가 놓여 있다. 옹기종기 모인 나지막한 집들이 정겹게 펼쳐지는 어촌 풍경이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