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야에 묻혀 살고 싶어라!
▲ 지리산 청학동 도인촌, 도인촌에서 도인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지리산 청학동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산 좋고 물 좋은 지리산으로 간다. 청학동에 가면 댕기 머리 학동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댕기 머리 학동들은 학당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도인촌 지붕은 특색이 있다. 산조릿대로 지붕을 얹어있으며, 벽은 황토를 발라 놓은 듯하였으나
진짜 황토가 아니란다.
시원스러운 계곡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온다.
세상은 변해도 자연만은 변하지 말아다오!
잠시 우리는 운치 좋은 자그마한 계곡에 앉아 자연의 소리를 듣기로 했다.
명옥 언니가 준비해온 시원한 수박도 먹어가면서 산새소리, 물소리에 귀기울였다.
향기 좋은 함박꽃나무가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다. 봄은 가고 여름이 왔는데도 나는 아직도
여름을 인식하지 못한다.
오월은 가장 바쁘게 흘러가는 바람과 같았으며 유월은 허무의 바람소리가 슬프게도 울었다.
그래서 그런 탓일까? 새로 오월을 맞이하고 싶다.
흘러간 시간은 과거이며 돌아 갈 수 없는 추억일 뿐이다.
그 추억이 푸른 깃발로 펄럭였다면 나는 여름을 제대로 맞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진짜 도인을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알았다.
승용차에서 내리는 한 분이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도인으로 보였으나 나중에 안 사살이지만
식당집사장님이었다.
세상은 변해 가고 있다. 초야에 묻혀 살아가는 진짜 도인이 아님을 알고 조금은 서운했다.
점심은 토종닭으로 먹었다. 식성이 까다로운 은혜가 가장 맛있게 먹었다.
이곳은 죽순이 많이 나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죽순이 나왔다.
죽순 초무침은 은혜가 좋아했다.
운전하느라 관광지를 안내하느라 수고가 많은데 당연히 점심은 우리가 내야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속상했다.
점심식사 후 삼성궁으로 향했다.
▲ 삼성궁 입구 징을 세 번 치고 기다리면 수행자가 문을 열어준다고 한다.
삼성궁으로 가는 산길은 호젓하다.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는 오솔길은 그다지 힘들지 않다.
자연 그대로의 산길이라서 좋다.
아름다운 나무가 즐비하게 보인다. 가문비나무와 비슷하다. 낙엽송일까?
약 500m의 산길에 올라서니 삼성궁으로 들어서는 문이 닫혀 있다.
여기서 징을 세 번 치고 기다리면 문을 열어준다고 한다.
탐방객 중의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징을 세 번 쳤다.
한참을 기다려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조용히 기다리다가 정숙 언니가 산천을 깨우듯 힘껏 징을 세 번 쳤다.
▲배달 성전 삼성궁
그제야 문을 열고 나오는 수행자가 보인다.
도복을 입은 수행자는 엄숙하게 삼성궁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했다.
"삼성궁의 이름은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궁이라는 뜻으로 지어졌으며,
이곳 삼성궁은 도인촌과 달리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수행자들이 선도를 지키고 신선도를 수행하는 도장이다." 라고 수행자가 설명을 한다.
건물 아래 계단을 타고 마당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디딤돌이 108개가 놓여 있다.
108개의 디딤돌을 밟으며 걷다 보면 108번뇌가 씻겨 내릴지도 모른다.
▲한민족의 뿌리라고 하는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신성한 건국전이다.
삼성궁은 시끌벅적한 세상과는 다른 세상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아주 먼 과거 세상으로 들어선 듯하다.
팔각 정자에서 서면 삼성궁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깊은 산속에 묻혀 세속에서 벗어난 세상이다.
수행자들이 거처하는 곳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공간으로 제주의 정낭처럼
대나무 두 줄만 걸쳐 놓고 있다.
돌탑으로 쌓은 솟대 무리의 웅장한 모습에서는 염원이 가득할 것이다.
자그마한 계곡물이 돌탑 무리를 돌듯이 돌고 있다.
▲ 매미꽃은 제주에 없다.
노란 매미꽃이 눈에 띈다.
매미꽃 역시 봄꽃이다.
봄이 완전히 끝났음을 말해주고 있듯이 샛노란 빛이 누렇게 변했다.
계곡물 돌 틈 사이로 살며시 웃고 있는 매미꽃은 힘이 없다.
싱그러운 꽃잎이 아니면 어때?
미래를 꿈꾸고 있는 알찬 씨방이 있는데
꽃잎이 진다고 울지마라
봄은 가도
새로운 꿈으로
샛노란 꽃물로 짙게 물들 날이
찾아 올 것인데.
인생도 꽃처럼 지고 나서도 봄날이 이어진다면 좋겠다.
청학동을 내려오다 계곡물에 잠시 발을 담아보고 싶었다고 말을 하니
거림계곡으로 간다.
거림계곡은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한 계곡을 메우고 있어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을 받을 만한 곳이다.
시원스러운 커다란 계곡물로 들어서려면 구름다리를 건너야 한다.
봄이면 이곳에 철쭉이 멋들어지게 핀다고 한다.
봄은 언제 꽃잎을 휘날렸을까?
여름은 밤꽃 향기를 휘날리면서 왔을까?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는 꽃잎이 계곡물을 타고 흘러간다.
흔적조차 없이 흘러간다.
은혜는 허리까지 물속으로 첨벙 들어갔다. 피로한 여정을 말끔히 씻은 셈이다.
산천초목이 아름다운 금수강산 영원히 아름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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