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안에 내가 있네!

마음을 비우는 연습 여행 4

제주영주 2006. 6. 23. 11:06

6월 18일 일요일 하루의 해가 서산으로 질주하고 있다.

일요일의 소중한 시간도 몇시간 남아 있지 않다.

 

 

 오후 5시 무렵 명옥 언니가 고성고속버스터미널 앞에  왔다는 전화를 받고 서둘러서 걷기 시작했다.

 

드디어 명옥언니를 만나다.

 

 

▲ 계단식 논

 

반가운 명옥언니를 만났다.

이게 얼마 만인가. 제주에 있을 때는  자주 만났는데 제주를 떠나 진주로 와서는 처음 만나는 것이다.

명옥언니 낭군님과 함께 오셨다. 미안했다. 진주에서 고성까지 오려면 꽤 시간이 걸리는데 먼길을 달려왔다니 고맙기만 하다.

 

우리 일행은 염치 불구하고 명옥언니네 차를 타고 지리산 쪽으로 드라이브하기로 했다.

계단식 논이 보이자 잠시 차를 세우고는 계단식 논을 담았다. 은혜가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물레방아

 

은혜는 물레방아보다는 올챙이한테 관심이 더 많다.

산천초목이 아름다운 우리나라 금수강산임을 절실히 피부로 느낀다.

지리산 주변으로 철철 흐르는 계곡물이 더위를 씻겨 내린다.

 

 

 

정령치로 가는 길에 애기말발도리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잠시 차를 세우고는 한 컷 담았다.

자그마한 하얀 꽃잎이 겹겹이 쌓여 있으며 꽃잎 안으로 하얀 수술이 보인다.

애기말발도리처럼 깨끗한 채로 산바람에 흔들리면서 자연 속에 묻혀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은혜를 위해서 다람쥐가 나타났다.

은혜는 꽃보다는 동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람쥐를 보자 좋아라 한다.

 

 

 

 

 

 

 

▲정령치에서 만난 은방울꽃

 

 

 

전날 명옥언니와 통화 할 때 언니는 복주머니란을 보았다면서 보고 싶으면 보여 주겠다고 한다.

한 시간만 걸으면 만날 수 있는 복주머니란이란다. 그것도 아주 싱싱한 복주머니란이라고 한다.

토요일에 만났던 복주머니란을 보여주겠다고 했으나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보고 싶기는 했으나  마음을 비우기로 했으니 억지로 복주머니란을 만나기 위해서 나만을 위한 산행을 하기 싫었다.

 

살다 보면 복주머니란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설령 만나지 못하면 어때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은방울군락지에서 은방울꽃을 만났으니

이것 또한 나의 행운이 아닌가 생각한다.

 

은방울꽃도 봄에 피우는 꽃이라 초여름에는 보기 힘든데 끝물이 남아 있어 만날 수 있었다.

은방울꽃과의 만남도 우연한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자그마한 하얀 종들이 살며시 종을 친다.

땡그랑

마음을 울리는 종소리에 눈물이 날라고 한다.

 

산바람이 스치고 가면 자그마한 하얀 종들은

신이 났다고 춤을 춘다.

 

아가 손에 꼭 쥐어 주고 싶은 종이다.

큼직 막한 이파리로 순백의 종을 감싸며

약간의 햇살을 먹는 순백의 종

 

은방울꽃처럼 살다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조금은 수줍은 듯 자신을 감추며

살며시 심금을 울리는 순백의 종으로

저녁이슬에 머물고 싶다.

 

 

 

▲정령치에서 바라보는 지라산 반야봉

산과 산이 겹겹이 쌓여 있다.  산맥을 이어가는 지리산 반야봉을 바라보았다.

지리산 어디에 한태주가 살겠지, 지리산은 계획에 없었던 것이라 한태주를 만날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지금은 청년이 되었을 것인데도 아직도 나는 한태주가 17세 소년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초야에 묻혀 사는 한태주의 연주곡도 직접 듣고 싶지만 한태주 사인도 받고 싶다.

살다 보면 한태주를 만날 기회가 오리라 믿는다.

 

정령치에서 노고단으로 갔다.

노고단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일품이라 하는데 흐릿한 날씨가 아름다운 노을을 감춰 놓고 있다.

 

어느덧 어둠이 몰려 오기 시작했다.

명옥 언니 낭군(선생님)이 장거리 운전하느라 피로하겠다는 생각에 더욱 미안해진다.

신세를 져도 너무 지는 것 같다. 신세를 어떻게 갚아야 한단 말인가?

 

지리산을 가운데 두고 고갯마루를 빙 둘러 드라이브 했다.

섬진강 재첩국이 유명하다 한다.

재첩은 1~2cm 크기의 민물조개다.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라 할 수 있다.

운전하는 것도 힘이 드는데 저녁까지 계산을 했으니 너무나 미안했다.

저녁 정도는 우리가 내야 하는 것인데 그것조차 못하게 한다.

 

저녁을 먹고 나서 진주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진주 음악 분수대

 

진주에 도착하니 10시 30분이 된 것 같다.

 

아름다운 진주의 야경을 조망하기에는 일품인 곳이다.

 

 

 

 

촉석루가 보이고 아름다운 남강교가 보인다.

음악분수대는 음악에 맞혀 하늘로 물을 뿜어 대기도 하고 잔잔히 원을 그리듯 춤을 추기도 한다.

아름다운  야경이다.

 

진주성 부근에 여정을 풀기로 했다.

뜨거운 물이 시원스럽게 나와서 다행이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여정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언니는 또다시 불면증으로 괴로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