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햇살처럼 피어나다

제주영주 2007. 3. 22. 11:06
 하얀 꽃을 피우는 '은빛복수초'

 

 

 

벚꽃과 흰목련이 하얗게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봄은 두툼한 외투를 벗어 버리고 제법 산뜻한 봄빛으로 다가왔습니다. 움트는 가지마다 연한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숲은 완연한 봄빛에 마냥 즐거운 들꽃들의 몸놀림에 햇살처럼 눈 부십니다.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복수초가 피기 시작하면서 봄의 노래는 시작 되고,  황금빛 복수초로 화들짝 피어 버린 숲은 금빛으로 곱게 물들었습니다.

 

복수초는 봄꽃에 비해 제법 오래 꽃을 피웁니다. 햇살이 비치면 오므렸던 꽃봉오리를 활짝 열고는 햇살을 받기 시작합니다. 햇살을 온몸으로 받은 복수초는  반짝반짝  화사하게 빛을 내며 앙상한 숲 속에 완연한 봄이 왔음을 알려 줄 뿐만 아니라, 장수와 행복을 상징하는 복수초의 아름다움으로 금빛의 꽃바람으로 살포시 얼어붙었던 마음마저 열리게 합니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복수초는 '세복수초'로  그중에서도 하얀꽃을 피우는 '세복수초'가 있는데 흔히 볼 수 없는 희귀한 꽃입니다.

 

은빛복수초는 세복수초와 같으나 단지 꽃색이 노란색이 아닌, 하얀색이라는 점이 다를 뿐만 아니라, 은빛복수초의 꽃잎 안쪽은 하얗고 바깥쪽은 엷은 보랏빛을 띱니다.

 

그 많은 황금빛 속에서 오로지 은은한 빛으로 발사하는 은색의 주는 독특함이란 보는 이로 하여금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희귀한 만큼 흔히 볼 수 없는 들꽃입니다.

 

은빛복수초를 찾기 위해 헤매 보았으나 선뜻 눈앞에 나타나 주지 않았던 들꽃입니다. 꽃이 내게로 와서 말을 걸지 않는 한은 만날 수 없는 들꽃입니다.

 

쉽게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은빛복수초가  조용히 내 앞에 나타나 은은한 미소로 건네 왔을 때의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햇살이 머물고 있는  은빛복수초의 꽃잎을 들여다 보니 은빛의 날개를 반짝이며 금방이라도 하늘가로 날아오를 듯한 은빛의 날갯짓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금빛복수초와 어우러져 있는 은빛복수초와 함께 완연한 봄빛으로 곱게 물들어가는 숲의 노래를 들어봅니다.

 

은빛복수초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던 날,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아름다웠던 숲이 몸살이 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땅을 파헤친 흔적으로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숲은 내 것이 아니며 우리들의 것입니다. 아름다운 숲을 가꾸는 데는 몇 년, 또는 몇십 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들꽃은  닫혔던 우리네의 마음을 열어줍니다.  우리들의 닫혔던 마음에 봄빛처럼 화사한 빛으로 활력이 넘치는 생동감을 줍니다.

 

아름다운 숲이 몸살이 나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봄은 해마다 찾아오지만 사라진 들꽃을 되찾는데는 오랜 세월이 걸립니다.

 

은빛복수초와 금빛복수초가 어우러져 숲을 아름답게 가꿔갈 수 있도록 자연에 맡겨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우리들이 되어야 합니다.

 

 


 

 

 

은빛복수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