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자신의 생을 사랑할 줄 아는 아름다운 들꽃

제주영주 2007. 5. 10. 09:55

 

 

 

 

흰자주괴불주머니

 

빛이 있어야만 아름다움을 뽐내며 꽃잎을 여는 들꽃이 있는가 하면,

한줄기 빛이 없어도 꿋꿋하게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 들꽃이 있습니다.

 

궂은 날이든 맑은 날이든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들꽃은 한없이 아름답습니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궂은 날에도 변함없이 미소를 잃지 않는 들꽃입니다.

 

세찬 비바람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들꽃이 있습니다.

선혈의 피를 흘리며 피어나는 오월의 꽃, 피뿌리풀이 그렇고 숲 속의 새를 닮은 현호색이 그렇고 현호색과의 자주괴불주머니 등이 그렇습니다.

 

 

자주괴불주머니는 언뜻 보아서는 현호색과 닮았습니다.

처음 야생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헷갈릴 수 있을 만큼이나  닮았지요.

꽃 모양새는 현호색과 닮았으나, 잎은 현호색과는 조금 다릅니다.

자주괴불주머니는 현호색에 비해 가지를 많이 치며 위로 쑥쑥 잘 자라는 튼튼한 들꽃입니다.

 

자주괴불주머니와 달리 노란색으로 꽃을  피우는 산괴불주머니, 씨방 모습이 염주를 닮았다 하여 염주괴불주머니 등이 있으며, 자주괴불주머니는 꽃이 자줏빛으로 꽃을 피우기 때문에 자주괴불주머니라는 이름을 가졌지요.

그런데 자주괴불주머니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이나 순백의 꽃을 피우는 자주괴불주머니가 군락으로 피었습니다.  꽃 입술은 약간의 자주빛이 납니다. 도감을 찾아보니 '흰자주괴불주머니'라고 나왔습니다.

 

하얀새들의 아름다운 몸짓을 하마트면 놓칠뻔했습니다.

비오는 날이라 번거롭다는 생각에 흰자주괴불주머니와의 조우를 미룰까 하다 부슬부슬 봄비 내리는 숲으로 저벅저벅 들어갔습니다. 숲 초입부터 하얀새들의 군무가 펼쳐지고 있음에 우리는 관객의 되어

그들의 자그마한 몸짓 하나도 놓칠세라 숨죽이며 바라보았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최상의 가장 아름다움을 뽐내는 하얀 작은새와의 눈맞춤은 또 하나의 행복을 안겨줍니다.

세찬 비바람 속에서도 꿋꿋하게 꽃을 피우는 들꽃처럼 자신의 생을 사랑하며 노래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며칠 전 안타까운 신문기사를 읽었지요. 어린 아들과 함께 동반자살 기도를 한  아빠의 나약한 생각 때문에 소중한 목숨을 잃을 뻔했지요.

살다 보면 헤어나오지 못할 그림자가 드리울 때도 있지요. 그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궂은 날만 있으란 법은 없지요. 궂은 날이 있으면 맑은 날도 찾아오는 법이지요.

궂은 날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들꽃처럼 강인함을 배워야 합니다.

 

겉으로 화려함을 과시하기보다는  소박한 채로 살아가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궂은 날에도 꽃을 피우는

들꽃이 한층 아름답습니다.

연약함 속에서도 강인한 힘이 솟구치는 것은 들꽃이 본성의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가장 강인함은 부드러움 속에서 끌어올리는  생명의 물줄기 같은 힘입니다.

 

 

꽁꽁 얼어붙은 땅을 밀어올리며 생명이 싹은 희망을 품으며 지상으로 고개를 내밉니다.

세찬 비바람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름다운 들꽃으로 피어나 우리에게 힘을 실어줍니다.

부드러움 속에서의 강인함의 아름다움을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

 

그 어떤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생을 사랑할 줄 아는 아름다운 들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