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지게 핀 만첩홍매화

[꽃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 봄으로 가는 길  
 

 

▲ 흐드러지게 핀 만첩홍매화
 
봄비가 부슬부슬 내립니다. 겨우내 침묵으로 흐르던 나목마다 싱그러움으로 움트며 새봄으로 가는 길을 조심스레 열어놓고 있습니다. 겨울은 그렇게 조심스레 봄으로 가는 길을 열어 놓습니다.

새봄으로 가는 길은 결코 화려한 길만은 아닙니다. 어둠에서 여명의 빛이 밝아오듯이 살며시 봄으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 침묵으로 흐르던 나목마다 길섶의 풀잎마다 더디게 새봄으로 길을 열어 놓습니다. 어느새 봄은 성큼 우리 곁에 화사하게 다가온 것처럼 느끼지만 고뇌의 시간을 어둠 속에서 보낸 후 더디게 다가왔습니다.

     
 

 

▲ 꽃잎이 겹으로 피어 있다 하여 '만첩홍매화'라 부릅니다.
 
우리는 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나요? 봄을 기다린 만큼 새봄을 새롭게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내 안에 창을 맑게 닦아 파란 하늘 가득 담고 산들바람 한 줌 뿌려 놓아야 하며, 햇살 좋은 포근한 빛 한줄기도 담아야 합니다. 싱그러운 풀향기도 가득 담아야 하며 촉촉이 젖은 흙내음도 담아야 합니다. 그리곤 향기로운 꽃향기를 가득 담아낼 수 있는 내 안의 창을 바다처럼 넓혀가야 합니다.

꽃은 감사의 언어처럼 늘 우리 곁에서 보답을 합니다. 겨우내 열병을 앓다가 어느 날 화들짝 피어버린 홍매화 앞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어쩜 저리도 어여쁘게 필 수 있을까? 분홍빛 드레스를 입고 노란 꽃술로 환하게 웃는 저 웃음, 봄비 속에서도 그치 줄 모르는 화사한 웃음 앞에서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매화향기에 취해 봄비를 맞았습니다.

     
 

 

▲ 흰매화
 
매화도 종류가 많더군요. 흰매화, 청매화, 홍매화, 만첩홍매화, 만첩흰매화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흰매화는 하얀 꽃잎이 다섯 장이며 꽃받침의 색은 붉은색을 띱니다. 청매화라 하면 꽃잎이 푸른빛이 띠지는 않을까 생각하지만, 꽃잎은 흰매화처럼 하얗습니다. 꽃받침이 싱그러운 초록으로 왠지 슬퍼 보입니다. 홍매화는 꽃잎이 붉다 하여 홍매화라 합니다. 꽃잎이 겹으로 피어 있는 것을 만첩흰매화, 만첩홍매화라 합니다.

꽃들은 모두 자기만의 색으로 자기만의 아름다움으로 피어납니다. 그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는 것이 있겠습니까?
바람이 불면 한들한들 날아가 버릴듯한 가냘픈 꽃잎 안에서 숨어 웃는 웃음에 취해 비를 맞아도 좋은 날, 흐드러지게 핀 매화향기를 맡으며 겨울에서 새봄을 맞으며 달려갑니다.
이제 두터운 외투를 벗어도 좋을 봄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