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비오름을 찾아서…
남영목장 안으로 들어서면 삼나무길이 보입니다. 하늘에 닿을 듯한 삼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오솔길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다란 오솔길입니다. 한참을 가도 따라비오름의 얼굴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길게 어어 진 삼나무 오솔길은 목장 길 따라 풀피리 불면서 뚜벅뚜벅 말을 타고 갔음 정말 좋을 듯한 길입니다.
삼나무길 우측에는 텅 빈 축사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고 말과 소는 어디 갔는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길-다란 삼나무길이 끝나는 지점에 넓은 억새밭이 눈앞에 들어오면서 곡선이 아름다운 따라비오름이 태연스럽게 누워 봄볕 같은 햇살에 몸을 녹이고 있었습니다.
여러 개의 능선이 연이어져 있는 모습, 곡선이 참으로 아름다운 따라비오름을 어렵사리 올랐습니다. 너무 신이 난 나는 야호~~ 야호~ 목청껏 외쳐댔습니다. 결국에 따라비 오름에 올랐으니 이 얼마나 신이 나고 즐거운지 따리비~ 따라비· 노래를 부르면서 웅크린 깃털을 다듬어봅니다.
산상에 올라서 보니 지난 주말에 소록산 보고 따라비오름 뒷모습일 거라 착각했던 것이 너무나 웃습니다. 따라비오름은 전체가 민둥산으로 되어있으며, 분화구가 세 개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한쪽 분화구 안에는 동그랗게 작은 돌담으로 빙 둘러 있습니다. 옛날에 농사를 지었던 흔적이라고 합니다. 굼부리 안에까지 농사를 지었으니 그 얼마나 땅이 소중한가를 알 수 있습니다.
제주에는 마을마다 오름이 있습니다. 오름 있는 곳에 무덤이 있습니다. 오름은 제주인들에게 삶이며 생활이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주인들은 오름에서 나서 오름에서 죽는다고 그랬나···, 오름은 제주인들의 '숨결'이며 ‘삶’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따라비오름 남쪽능선에는 앙상한 가지로 남겨 진 진달래밭이 있습니다. 봄철에 따라비오름에 오르면 오름을 찾는 이의 가슴에 붉게 물들어 놓을 것만 같습니다. 겨울이라서 만나기 어려운 야생초가 낮은 자세로 수줍게 피어 나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노오란개민들레, 쑥부쟁이 꽃을 꺾어 모자에 꽂아 놓고 겨울속살을 어루만져주는 보드라운 바람이 부는 날, 깃털을 다듬고 가벼운 몸짓으로 나래를 펴고 싶습니다.
훨훨 날아서 이 오름 저 오름으로 오를까? 따라비오름을 빙 둘러앉은 오름들이 우리를 자꾸 불러댑니다. 그래, 노오란 나비떼 마냥 춤결을 이루는 유채꽃 필 무렵에 대록산을 찾아가마! 그리고 내년 은빛 가을에 다시 따라비오름을 오를 것입니다. 은빛 물결이 넘치는 억새밭을 지나서 따라비오름에 안길 것을 약속하며 내려왔습니다.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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