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해 뜨는 성

제주영주 2006. 3. 9. 11:01

 

 

일출봉



가슴 설레게 하는 오름,

영원한 언약식이 행해진 곳

일출봉!

특별하며 성스럽다



삼백육십오일 아니,

억만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같이 희망을 낳는

영원한 나의 오름,

일출봉이여!


하루도 빠짐없이

보내오는 희망을 안고

오늘도 내일을 향해 걸어간다


목숨 다할 때까지

희망을 품으리라


한 줌의 재로 뿌려지는 날

산고의 고통 속에서

찬란한 희망을 품으며 다시 태어나리라!


나의 오름, 일출봉이여!!



 어디서든 해는 뜹니다. 그러나 성산 일출봉의 해돋이를 제일 꼽히는 이유는 99개의 바위봉우리가 성처럼 둘러싸인 마치 거대한 왕관 사이로 시원스레 펼쳐지는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곳에 붉은 알을 낳는 산고의 고통 속에서 생과 삶을 다시금 생각하게끔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돌계단을 오르다 보면 거대한 장군바위 하나가 입을 크게 벌리고 우도를 향해 야호~ 야호~~ 외치는 장군바위를 첫 번째로 만나게 되면서 우뚝 솟은 장군바위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99개의 바위봉우리로 둘러친 일출봉 정상에 서게 됩니다.

 3만 평 이상이나 되는 굼부리 안은 광대한 경기장처럼 평평하며, 굼부리주의에는 대나무들의 빽빽이 들어서 있고  해송 다섯 그루, 억새와 잡풀, 소국, 찔레덩굴로 무성해 있으며 폭탄 흔적이 몇 군데 움푹 패여 있습니다.

 옛날에는 굼부리 안에 농사를 지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찔레들로 무성하여 굼부리 안을 어렵사리 돌아야 했습니다.

 우뚝 솟은 99개의 바위봉우리가 서있는 정상에서 바라보는 우도, 지미봉, 식산봉, 두산봉, 다랑쉬 오름 징검다리를 건너 백설의 한라산까지 오르다 내려오면 수산봉, 섭지코지까지 단숨에  달려가 푸른 바다로 낙하는 눈 부신 햇살과 마주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겨울인데도 짙푸른 바다보도 청명한 얼굴로 안겨줍니다.

 오름 천국인 제주의 오밀조밀한 마을이 아른거리는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 속으로 넋을 잃고 맙니다. 아름다운 초원능선이 성산마을까지 길게 이르는데 일출봉을 하산하여 잘 다져진 널따란 잔디밭을 거닐며 암벽에 부딪히는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海風을 들이마시다 보면 나그네의 발길을 잡는 갯쑥부쟁이와 해국을 만나게 됩니다. 이 또한,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요?

 끝으로 일출봉을 제대로 보려면 푸른 바다를 가르는 유람선을 타고 우도와 성산포 일대를 조망해보는 것입니다. 물 위로 우뚝 솟은 우두봉 암벽에는 낚시꾼들이 무섭지도 않은지 태평스레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일출봉은 역시 장관입니다.

 바다에서 수직으로 솟구치어 오른 거대한 암석, 왕관 모양을 하고 있는 일출봉은 예전에는 ‘靑山’이라 하여는데 성모양을 이룬다 하여 성산일출봉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출봉 옆으로 독립된 바위가 하나 있습니다. 그 바위를 새끼청산이라고 합니다. 새끼청산에 가마우지들이 즐비하게 줄을 서있는 풍경은 마치 바위봉우리들이 뾰족뾰족 솟아오른 일출봉과 흡사합니다.

 일출봉 남쪽에는 긴 타원형 해안선이 신양리 섭지코지로 이어지며 섭지코지 끄트머리에 솟아오른 외로운 선돌이 저 멀리서 오늘도 용왕님께 빌고 있나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기를···.


2003년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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