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손자봉

제주영주 2006. 3. 9. 11:03

 

 

손자봉



  손자봉 능선에는 삼나무로 x 표시가 되어 있어 멀리서도 손자봉임을 알 수 있는 오름인데도 손자봉에 오르고도 오름명을 제대로 모른 채, 몇 개월의 지나서야 다시금 오르면서 손자봉의 의미를 알아봅니다.

 오름의 천국이지만, 오름명이 새겨진 오름은 몇 개가 없습니다. 한라산과 비슷하다 하여 손지오름이라 하는데 남사면 쪽으로 작은 알오름들이 거미오름까지 연이어져 있는 풍경이 한라산에서 바라보는 오름 풍경과 흡사했습니다. 그 외에는 한라산과 비슷한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나는 오름에 오르면서 오름의 겉만 보고 오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름의 내부와 외부를 그리고 오름의 깊은 유래를 안다 하드래도 아직은 오름의 깊숙한 그 무엇인가 모르고 있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아마, 오랜 세월동안 오름을 오르고 나서야 오름의 깊은 참맛을 느낄 수 있을까요.

손자봉의 매력은 남사면 쪽으로 작은 알오름들이 거미오름까지 연이어져 있는 풍경이

마치 왕릉을 연상케 하며 원형 굼부리 안으로 들어가면 그렇게 높게 보이던 다랑쉬오름, 높은오름조차 자취를 감추고 온통 파란 하늘만 열리면서  사르륵사르륵 몸 비비며 스치는 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띠의 몸부림 소리로 가득 차오릅니다.

파아란 하늘을 안고 부드러운 띠밭에 누워 눈을 감아보면 온통 세상은 내 것이며 찬 겨울바람도 굼부리 안에서는 한풀 꺾어 부드럽게 애무하며 스쳐갑니다. 포근히 내려오는 햇살을 끌어 안아보는 겨울 한낮 절의 꿈은 달콤하기만 합니다.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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