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비경

큰엉

제주영주 2006. 3. 9. 11:24

 

 

봄은 제일 먼저 바다로부터 열린다.


봄은 제일 먼저 바다로부터 열린다

물비늘 속으로 파릇파릇

봄을 건져내는 아낙네들의 휘파람소리,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린다


축복의 땅으로

생명의 봄비가 내린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눈 비비며 달려오는 소리,

아름다운 대자연의 소리,

무뎌진 마음을 일깨운다


봄은

생명의 빛으로

생명의 소리로

달려온다

.

.

.

 남원읍에 있는 큰엉은 이름만큼이나 커다란 언덕이 아름다운 천혜의 바다를 끼고 있습니다. 시원스런 파도가 달려와 바위에 부서지고 또 부서지는 바위마다 겨울의 옷을 훌훌 벗어 던져 바다 피리 들려오는 물비늘 속으로 갯벌레들이 봄을 맞이합니다.

 바위마다 꿈틀거리는 여리디여린 생명이 손을 뻗어 향긋한 봄바다에 새 희망의 꿈을 키웁니다. 구불구불한 산책로는 기다랗게 바다를 끼고 자연 그대로 잘 살려져 있으며, 각종 나무들이 아기자기하게 식재해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해풍에 의해 나무들이 모두 바다와 반대방향으로 휘어져 있는 나무들은 큰엉산책로의 주인들입니다. 흔히 바닷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무 '우묵사스레피아' '까마귀쪽나무' '보리수장나무' '아왜나무' 이 모두가 고맙게도 이름표를 달아 준 덕분에 알 수 있어 좋습니다.

 바다향기 맡으며 보라빛깔 물감을 솔솔 풀어 봄을 그리는 손바닥 선인장 열매, 덤불 속에서도 함박웃음 보이는 산딸기꽃잎, 수북이 쌓인 갈색 틈으로 눈 비비며 깨어나는 자그마한 꽃잎들이 간질이는 소리, 어찌되었는지 자그마한 노란꽃잎의 들국화도 덩달아 피었네요.

 아, 어여쁘기만 하여라. 봄의 소리여, 봄편지들이 가득 채워지는 큰엉의 산책로는 시원스런 바다만이 아닙니다.

 구불구불 휘어진 산책로 주변에서 속삭이는 봄의 소리, 물오른 나무들 마다 꿈틀거리며 힘 솟는 소리, 봄향기들로 가득 채워집니다.




내가 너를 부르면

네는 나에게

너만의 언어로 달려와

상큼한 초록향기로

찌든 때를 솔솔 씻겨

초록빛으로 물들이는 봄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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