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안에 내가 있네!

서건도

제주영주 2006. 3. 9. 11:42

 

 

 

바다가 몸을 연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섬 속에 숨어있는 섬, 서건도


▲ [썩은섬]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섬. 검고 단단한 돌다리를 건너 썩은섬으로 갑니다.

▲ 동글동글한 돌다리를 건너면서 외로운 섬으로 향합니다. 섬이 외로운 것인지, 우리네가 외로운 것인지. 쪽빛 바다가 갈라지면 외로운 이들은 섬으로 향합니다.


 동글동글한 돌다리를 건너면서 외로운 섬으로 향합니다. 섬이 외로운 것인지. 우리네가 외로운 것인지. 쪽빛 바다가 갈라지면 외로운 이들은 섬으로 향합니다.

 시리도록 푸르디푸른 바다가 열리면 뭍이 되는 섬, 섬 속에 작은 섬이 외로이 살다가 바다가 열리면 섬은 뭍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일까요? 아닐 것입니다. 외로운 이들이 바다가 열리면 외로운 섬으로 걸어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외로운 별 하나를 가슴에 숨겨 놓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가슴에 숨은 외로운 별이 아리도록 가슴을 후빕니다. 외로운 별 모서리에 피멍이 들기도 하고 생채기를 내기도 합니다.

 고운 햇살을 가득 뿌린 바다는 은광석을 뿌려 놓은 듯 반짝이며, 바다처럼 깊고 넓은 마음으로 길을 열어주면, 거센 파도에 깎인 둥글둥글 모나지 않은 돌다리를 건너면서 우리는 생각을 해야 할 것입니다.

 모나지 않은 둥근 돌을 한발 한발 디딜 때마다 우리들의 모난 모서리가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둥근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법을 썩은섬(서건도)을 건너면서 우리는 많은 생각에 잠겨야 할 것입니다.

 썩은섬(서건도)은 다른 섬에 비해 섬 자체는 그다지 아름답지도 않으며, 높거나 크지도 않은 아담한 작은 섬입니다. 해송 몇 그루와 우묵사스레피나무 그리고 해안가에 피는 작은 풀꽃들의 썩은섬(서건도)의 주인들입니다. 가진 것도 많지 않은 소박한 섬, 서건도에는 낚시꾼들과 보말을 잡는 이들이 바닷길이 열리면 찾아드는 곳입니다. 썩은섬(서건도) 동쪽 바위 밑으로 내려가면 시원스레 파도가 하얀 물거품을 일렁이며 철썩철썩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에 잠시 모든 것이라도 잊은 듯 청자빛 바다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입니다.

 손에 잡힐 듯 다가와 앉은 범섬, 문섬과 섶섬은 어깨를 기대고 있는 듯 다정한 형제섬처럼 보입니다.  이렇듯 서귀포의 매력은 쪽빛 바다에 섬들이 점점이 떠 있기 때문입니다.

 썩은섬에서 바라보는 범섬은 손에 잡힐 듯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썩은섬(서건도) 서쪽 바위에 올라서면 아찔할 만큼 현기증이 입니다. 답답한 가슴속을 시원스레 씻겨 내려가는 바닷바람을 가슴속 깊이 들이마십니다. 은광석을 뿌려 놓은 바다가 넓게 펼쳐지면서 투영되는 햇살이 우리들의 가슴속에도 반짝이는 은광석이 출렁이며 곱게 자리를 잡습니다.

 썩은섬(서건도) 북쪽으로는 월드컵경기장과 장엄한 한라산을 바라보며 썩은섬(서건도)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바닷길이 열리는 길로 다시 우리는 세상 속으로 걸어가야 합니다. 인간 냄새가 풍겨오는 세상 속으로 흠뻑 젖은 땀 냄새를 바닷바람에 날리면서···.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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