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높은오름

제주영주 2006. 3. 9. 13:06

 

 

칼바람 이겨낸 거친 들판의 겨울나무처럼

[새해 소망] 꼿꼿한 삶 배우는 한 해 되길…높은오름에서


 ▲  순백만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 하얀 알몸으로 누운 오름들..



 새해를 맞으며…

온 세상은 하얀 세상이 되었습니다. 지난해의 슬픔도 아픔도 모두 묻어버리고 행복의 세상으로 불을 밝힙니다. 오로지 순백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걷지 않은 순백의 길에 행복의 첫발자국을 찍습니다. 2005년도에는 ‘행복’이란 이파리로 무성하게 채워 갈 것입니다. 조금은 부족하지만 행복의 깃발을 휘날리며 걸어갈 것입니다. 행복은 아주 멀리 있는 것도 아닌데 지난해의 욕심 때문에 늘 행복은 먼 곳에서 서성대게 했습니다. 행복은 가장 가까운 뜨거운 가슴속에 숨어 있습니다. 당신이 있음이 행복합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이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당신이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2005년도 첫해를 맞아 높은오름으로 향했습니다. 망자의 무덤에도 하얀 세상입니다. 오로지 묘비명만이 무덤을 지키고 서 있을 뿐···.

 순백만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첫해를 준비합니다. 지난해에 못다 한 꿈들을 다시금 해보렵니다. 조금은 서툴지만 천천히 도전해보렵니다.

 마흔셋 이랑마다 어둠 속에서 싹을 틔우지 못한 씨앗들이 깊고 칙칙한 어둠 속에 갇혀 빛을 받지 못했으나 이제 마흔넷 번째 이랑에는 빛을 환하게 받아 조금씩 싹을 틔우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정상에 서니 세찬 바람이 몰아칩니다. 들판의 겨울나무처럼 칼바람에도 꿋꿋하게 살아가야겠습니다.

 산상 주의를 한 바퀴 돌면서 다짐을 합니다. 그 어떤 모진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꼿꼿한 나무로 살아가야겠습니다.

 가장 가까이 다가온 거미오름, 야트막한 문석이, 영주산, 백약이, 굼부리까지 훤히 보이는 아부오름, 둔지봉, 돝오름, 다랑쉬, 손지봉, 하얀 알몸으로 누운 용눈이 역시 경이로운 오름입니다.

 아름다운 오름군들이 빙 둘러 가면서 산수화가 펼쳐집니다. 경이로운 자연처럼 순수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겠습니다. 눈보라가 몰아칩니다. 혹독한 세상이 온다 하여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웁시다.

 들판의 겨울나무처럼····.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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