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물찻

제주영주 2006. 3. 9. 13:52

 

 

'물찻' 초록 물결에는 초록향기 '가득'

녹음 짙어가는 5월의 물찻오름 산정호수

▲ 온통 초록빛으로 출렁대는 물찻오름.


 토요 근무를 마치고 초록 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숲, 물찻오름으로 향했습니다. 꽃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독감이 찾아와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들꽃에 반해 버린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가끔은 생각지도 못했던 처음 보는 들꽃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또는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들꽃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이 따르기도 합니다. 그런 행운을 기대하며 배낭을 메고 무엇보다 마음가짐을 들꽃처럼 또는 파릇파릇한 풀잎처럼 싱그러운 마음으로 꽃을 찾아 떠납니다. 꽃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늘 들뜬 기분으로 행복하기만 합니다.

 초록으로 물든 세상, 하늘을 가린 숲, 5월의 물찻오름에는 어떤 꽃들이 반겨 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작은 꽃 하나에도 이름을 부르며 오르기 시작합니다. 숲 속의 호수를 향해 올랐습니다. 숲 속의 호수는 잔잔하기만 합니다. 초록나무들이 호수 안으로 발을 담그면 호수는 금세 초록 물로 가득 채워 놓습니다. 원형을 그리는 숲 속의 호수, 원형을 그리는 숲, 덩달아 우리들의 마음도 원을 그리는 호수처럼 동그란 마음이 됩니다. 호수 안으로 하늘이 내려옵니다. 그리곤 나무들도 성큼 내려와 초록물감을 솔솔 풀어놓습니다. 호수는 초록 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숲이 됩니다. 호수 안에서 맹꽁이 소리가 들려옵니다. 새들도 찾아왔습니다. 지상낙원의 숲입니다.

 초록향기로 마음마저 초록 물이 뚝뚝 흘러내립니다. 세상은 온통 초록색만 있는 것 같습니다. 싱그러운 초록 빛깔이 햇살에 반짝이며 나풀거립니다. 숲만이 가지고 있는 언어, 숲만이 지니고 있는 향기에 풍덩 빠져듭니다. 아름다운 세상 속으로 들꽃의 향기를 맡으며 빠져듭니다. 하얀 꽃송이 나풀거리는 풀솜대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얀 별들이 총총 내려 눈처럼 하얗게 흩뿌려 놓은 듯합니다. 하얀 별들이 모여 꽃을 만들어 낸 풀솜대꽃은 '지장보살'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물찻오름에서 만난 양지꽃은 다른 오름에서 보던 양지꽃하고는 다릅니다. 꽃은 작으며 꽃잎 중앙에 주황색으로 원을 그리며 황금을 껴안은 듯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작지만 황금빛으로 빛을 발사하는 노란양지꽃은 제주양지꽃입니다. 일반적인 양지꽃에 비해 왜성이며 포복지가 돋는 것이 다릅니다. 개화가 끝난 후에도 깨끗하여 관상용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합니다.

큰산장대꽃은 마치 하얀 나비처럼 나풀거립니다. 나무를 기대고 서 있는 모습은 어쩌면 나무처럼 쑥쑥 자라서 푸르른 하늘을 향해 비행의 꿈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가야 솜털 같은 털이 뽀송뽀송 돋아난 괭이눈은 제주괭이눈이라 불렀지만 한라괭이눈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숲 속에는 이렇듯 아름다운 들꽃들이 피고지고 있었습니다.

 물찻오름을 하산하는 길에는 황금빛 얼굴로 반기는 금새우란을 만났습니다. 새우란은 제주가 자생지입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상태이지만 앞으로 우리가 지켜 줘야 할 야생화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새우란의 뿌리가 마치 새우등처럼 생겼다 하여 새우란이라고 합니다. 새우란 중에서도 금새우란은 꽃잎이 제법 큽니다. 또한, 금새우란의 향기는 달콤한 사탕향기가 납니다.

 달콤한 사탕향기를 맡으며 숲을 누비는 날은 행복의 날개를 펴고 하늘로 향해 날아갑니다.


2005년 5월 ▲ 달콤한 사탕향기 솔솔 풍겨오는 금새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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