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6월의 한라산

제주영주 2006. 3. 9. 13:58

 

 

꽃불 활활 타오르는 한라산을 오르다

흐드러지게 핀 산철쭉 꽃길을 따라

 

 

▲ 신들의 정원

 

신록으로 물든 숲은 어둠을 서서히 내뱉는다.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내뱉기 시작한 숲은 기지개를 켜며, 싱그러운 이파리로 팔랑거린다. 어서 오라고 너울춤을 추는 숲길을 걷는다. 졸졸 흐르는 계곡을 지나면 힘든 오르막길이 기다린다. 헉헉거리는 숨을 몰아쉬며 서너 번은 쉬어가면서 오르막 등산로를 오른다.

힘든 오르막 등산로를 지나면 구상나무 숲길이 열린다. 구상나무 숲길을 걷는 동안에는 상큼한 향기로 구상나무 숲을 에워싼다. 꽃은 보이지 않는데 향기는 어디서 풍겨오는지 알 수 없다. 도대체 그 향기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궁금하다. 나중에 오희삼 씨가 더덕 향기라고 알려줬다. 더덕 꽃은 보이지 않는데도 향긋한 향기로 구상나무 숲을 에워싸며, 산행하는 이들의 옷깃마다 더덕 향기가 묻어난다. 향긋한 향기로 풍겨오는 아름다운 구상나무 숲길,

구상나무는 한 종류만 있는 줄 알았는데, 푸른구상나무, 검은구상나무, 붉은구상나무가 있다고 한다. 구상나무마다 자기만의 색깔로 다가온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듯이 그전에 몰랐던 것이 이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구상나무 열매들이 푸르른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서 있다.

더덕 향기로 가득 찬 구상나무 숲길을 지나 천국으로 가는 길, 선작지왓에는 꽃불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 손을 대면 금방이라도 화끈 달아오를 것 같은 꽃불, 6월의 한라산은 철쭉으로 붉게 활활 타오르며 천국으로 가는 길을 열어 놓은 듯하다.

신들의 정원에는 온통 활활 타오르는 꽃불로 절정을 이룬다. 웅장한 부악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꽃불로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천국의 길이 아닐까. 천국으로 가는 길은 화려한 꽃길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하늘은 푸르고 푸르러 긴 두레박이 내려오면 긴 두레박을 타고 천국으로 향하는 것일까? 아니면 산철쭉 너머로 보이는 구름을 타고 천국으로 가는 것일까? 흐드러지게 핀 산철쭉의 환영을 받으며 당당하게 우뚝 선 한라의 봉우리로 향한다.

노루샘을 지나 윗세오름 주변에 하얀 꽃이 눈에 띈다. 처음에는 양지꽃의 변종으로 보였는데 흰땃딸기'. 이 식물은 높은 산의 풀밭에 자란다, 식물 전체에 털이 있다. 잎 모양으로 보아서는 양지꽃을 닮았다. 꽃이 지고 나면 붉은 열매가 달린다. 맛은 달다고 한다. 나중에 탐스럽게 달린 흰땃딸기의 열매도 예쁘게 담아봐야겠다.

흰땃딸기 바로 옆에는 양지바른 곳에 아주 작은 꽃을 피우는 선개불알풀이 있다. 꼿꼿하게 서서 자그마한 꽃잎을 열어 초여름의 하늘을 담아내고 있다. 선개불알풀은 꽃자루가 없으며 꼿꼿하게 서 있는 것이 특징이다. 높은 산에서 만난 선개불알풀도 인상적이지만 보랏빛 꽃을 피우는 애기풀도 인상적이다.

고산지대에서 애기풀을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보랏빛 꽃잎을 살며시 열어 초여름의 햇살을 맞이하고 있다. 애기풀은 거의 땅을 기다시피 붙어 있다. 나무 사이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많이 쪼이기 위해 까치발을 들고서라도 일어서야 하는가보다. 따사로운 햇살을 많이 받아야만 혹독한 겨울을 이겨낼 힘을 비축할 수 있겠지.

구름털제비꽃이 피어 반긴다. 화산회토에서 자라는 구름털제비꽃의 이파리는 하트 형이며, 물결 모양의 톱니가 나 있다. 잎맥이 뚜렷하고 털은 없다. 노란 꽃을 피우는 구름털제비꽃, 이름으로 보아서는 어디엔가 털이 있을 것 같은데 털은 보이지 않는다.

고운 빛으로 다가오는 들꽃의 여름을 향해 질주해 가고 있는 한라산에는 백리향의 향기로 진동한다. 꽃은 아직 피지 않았는데도 머리를 맑게 식혀주는 백리향의 향기가 진동한다. 바람이 스치고 가면 더욱 향기가 진동하여 피로가 풀린다. 노루가 뛰어가면 향기는 더욱더 진동하여 피로에 지친 육신이 풀린다. 빈 땅을 찾아서 백리향의 줄기가 계속 뻗어 나가 오가는 산행인의 가슴속마다 한라산의 향기를 전해 주기를 바란다.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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