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도너리

제주영주 2006. 3. 9. 14:01

 

 

오름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오는 것일까요?


도너리



 초목이 무성해지는 6월입니다. 화단에도 무성하게 자란 풀들이 누가 빨리 자라나 내기라도 하듯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달은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몇 명의 여자회원님들은 화단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뽑았습니다. 힘은 들었지만 가을을 장식하는 어여쁜 꽃들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고생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남자 회원님들은 풀을 베기도 하고 뽑힌 잡초를 치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어린 꼬마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어깨를 주물러 드렸습니다.

 교육이란 무엇일까요?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이 교육은 아닙니다. 핵가족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의 자녀는 무엇을 배우면서 어른이 될까요? 한 달에 한번 있는 봉사 활동이라도 열심히 참석하여 우리의 애들한테 산교육을 가르쳐 주고 싶기도 합니다. 봉사란 남을 돕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내 안에 나를 즐겁게 하는 데 있습니다.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면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꼬마를 데리고 다닙니다.

 봉사를 마치고 나서 도너리오름으로 행했습니다. 도너리오름으로 가는 길목에는 골프장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도너리오름 주변은 광대한 곶자왈 지대입니다. 도너리오름 기슭 풀밭에 앉아서 정성껏 만들어진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대부분이 주문 도시락 하면 맛없는 반찬에 흰밥만 있는데 생각보다는 훨씬 맛있는 도시락이었습니다. 된장국도 좋았습니다. 도시락을 먹는 동안에 지난 겨울방학에 있었던 가슴 아픈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결식아동 돕기 위해 마련된 도시락 사건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약자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그런 일이 다시는 없을 거라 생각하며 맛있는 도시락을 깨끗이 먹었습니다.

 흐드러지게 핀 쥐똥나무 향기를 맡으며 도너리오름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도너리오름은 발굽형 화구와 원형 화구를 가진 복합형 오름입니다. 정물오름에서 바라보면, 마치 둥그런 달이 원형 분화구 안으로 쏙 안겨 올 것만 같은 도너리오름의 매력을 맛볼 수 있습니다.

 도너리오름을 오르면서 조금 아쉬운 것은 흐릿하게 깔린 스모그형상 때문에 시원스레 펼쳐지는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없었습니다.

 맑고 깨끗한 날에 오르면 멀리서 산방산이 다가오고 즐비하게 봉긋 솟아오른 오름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데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도너리오름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자그마한 둔덕들이 졸개들처럼 도너리오름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풍경과 광대한 곶자왈지대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울창한 숲을 지날 때마다 스치는 향기, 그윽한 향기가 풍겨오기 시작했습니다. 향기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무척 궁금하기도 하지요? 어떤 이름을 가졌기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것일까요? 참으로 궁금한 꽃입니다. 도너리오름에는 유난히 쥐똥나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하얀 꽃을 피우는 쥐똥나무는 꽃향기도 좋습니다. 그윽한 향기가 나는데 왜 쥐똥나무라고 했을까요? 그 어디를 살펴보아도 쥐 똥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데 말이죠. 겨울에 쥐똥나무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열매가 쥐똥처럼 생겼거든요. 쥐똥나무는 낙엽성이라 겨울이 되면 나뭇잎은 떨어지고 쥐 똥 같은 열매만 달려 있습니다. 또한, 쥐똥나무와 비슷한 광나무가 있습니다. 광나무는 상록성이라 겨울이 되어도 푸른 잎을 간직한 채 쥐 똥 같은 열매가 달립니다. 겨울에 비교하는 방법은 상록성인지 낙엽성인지에 따라 비교하면 쉽습니다.

 꽃이 피는 계절에는 꽃으로 보아서도 알 수 있습니다. 쥐똥나무의 꽃은 네 개의 꽃잎이 수술을 보듬기고 있지만 광나무의 꽃은 뒤로 말려 있어 수술이 꽃잎 위로 나와 있습니다. 광나무의 잎은 이름처럼 광택이 나지만 쥐똥나무의 잎은 광택이 나지 않습니다.

쥐똥나무의 그윽한 향기에 취하면서 정상에 섰습니다.

 오름 전체가 무성한 나무로 자라고 있지만 원형분화구 산상주변으로는 고운 풀밭으로 되어 있습니다. 연하늘빛을 띤 구슬봉이들이 예쁘게 피어나 나팔을 붑니다. 작은 나팔을 불고 있는 구슬봉이들이 초여름에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좋습니다.

구슬봉이는 봄부터 피기 시작합니다. 풀밭인 오름에 오르면 자그마한 나팔을 불고 있는 구슬봉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보랏빛 꽃을 피우는 꿀풀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름을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꽃이기도 합니다. 보랏빛 꽃으로 다가오는 꿀풀은 오름 정상에서 만났습니다. 시원스레 불어오는 바람을 가르며 마주선 오름한테 그 무언가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꿀풀 너머로 풀내음 맡으며 아름다운 사람들이 지나가네요. 무더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는 풀밭 위로 자줏빛 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꽃으로 보아서는 칡꽃과 흡사하나 자줏빛 꽃의 주인공은 낭아초였습니다. 낭아초는 땅을 기다시피 하며 줄기는 가늘고 여러 개로 갈라집니다. 무더운 여름에 피우는 꽃, 낭아초가 예쁘게 피었습니다.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는 오름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오는 것일까요? 무거웠던 마음을 훌훌 벗어 버리면 오름은 아무 말 없이 받아 안습니다. 그리곤 오름은 시원스레 가벼운 깃털로 마음을 쓸어내리며 그 빈자리에 풀향기로 가득 채워 넣어 줍니다.

 오름에는 향기 그윽한 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꽃도 예쁘지만 산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기도 합니다. 뽕나무열매(오디)를 따먹는 재미는 쏠쏠합니다. 산뽕나무 열매(오디)는 처음에 녹색이지만 차츰차츰 익어가면서 붉은색으로 변하다가 완전히 익으면 검은색이 됩니다.

검게 익은 타원형의 오디를 따서 먹는 재미란 쏠쏠합니다. 오디를 따서 먹다 보면 손가락마다 자줏빛으로 물들어 있으며 혀까지 물들어갑니다.

 나뭇가지 잡고서 오디를 따서 먹다 보면 어느새 산사람이 다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끔은 자연으로 돌아가서 자연인이 되어보는 것도 좋겠지요? 하산하여 계곡물이 졸졸졸 흐르는 속골로 향했습니다. 속골은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비경입니다.

 계곡물은 바다로 치닫고 철썩이는 파도가 부서지며 시원스레 펼쳐지는 바다에는 범섬이 펼쳐집니다. 조약돌도 만져보고 징검다리도 건너봅니다. 시원스레 흘러가는 계곡물 속에 발을 담가 피로에 쌓인 발을 풀며 피로에 쌓인 마음마저 싹 깨끗이 풀어주고 왔습니다.

 또 다시 한 주를 힘찬 태양처럼 달려가야 합니다.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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