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추자도에 부는 가을 꽃향기

제주영주 2008. 10. 24. 23:12

꽃대궁에 흐르는 별빛의 노래

   
  ▲ 바다에서 바라보는 제주  

#여름부터 가려고 했던 추자도

 

 

추자에는 어떤 꽃들이 가을바다와 어우러지며 꽃을 피우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 곳에서도

'가을이면 보랏빛으로 수놓는 꽃향유을 만날 수 있을까? 아니면 오름에 두고온 물매화처럼 예쁜 꽃을

만날 수 있을까? 

 

지금쯤이면 물매화는 아담한 모습으로 꽃을 피웠을 테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추자의 가을꽃향기를

 맡으려 제2부두항에서 한일여객선을 타고 떠났습니다.

 

비양도, 차귀도, 가파도, 마라도, 우도 등을 둘려봤지만 추자도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동경이 대상인

추자는 섬이란 이유만으로도 내겐 충분히 아름다운 곳입니다.

 

얼마나 가고 싶었으면 꿈 속에서 추자도 기행을 했을까? 꿈 속에서 본 추자도는 따사로운 봄이었습니다.

-벚꽃이 핀 모습을 보고 렌즈에 담아내려고 하는데 벚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받고 발 빠르게 찾아온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벚꽃은 피었으나 하늘은  찬 기운이 맴도는 겨울 빛으로 흐렸습니다.  어차피 1박 2일로 일정이

잡혔으니 내일 날씨만 좋다면 멋지게 담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인파 속에서 빠져나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신고 있던 등산화가 사라졌습니다.

 

갑자기 추자도에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렸습니다. 함께 한 일행들이 등산화를 찾았지만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때 마침 사라졌던 등산화를 신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원래 꿈이란 이상한

나라 엘리스처럼 신비로운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좌충우돌 해프닝을 뒤로 한 채 한적한 바닷가로 갔습니다. 바다를 보더니 막내딸이 풍덩 바닷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얼른 아이를 건져 올렸습니다. 바닷가 인근에는 가시파래로 가득 메워져 초록빛으로

물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꿈은 어떤 암시를 주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첫째 지구온난화로 인해 봄.가을,겨울도 아닌 어정쩡한 계절로 변화한다는 것임을 암시하는 것인가?

둘째 올해는 추자 방문의 해를 맞아 인파가 몰려든다는 암시인가?

셋째 바다를 오염시키는 쓰레기로 바다환경의 중요성을 암시하는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들로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 국화과 남구절초  

#자연의 아름다움이란

즉 조화를 이루는 것

 

푸른 물살을 가르던 배는

어느새 크고 작은 섬들이

반겨주고 있는 하추자항에

도착했습니다.

 

내리자마자 추자에 거주하시는

분의 도움으로 예초리로

향했습니다.

 

 '예초리' 이곳은 예로부터

예의범절을 잘 지키는 마을이라

 하여 '예초'(禮草)라는 명칭이

 유래됐다고 하네요. 

 

그래서일까요? 이곳의 꽃들은

저마다 예의를 지키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 만큼이나 하나같이

 그림이 됩니다.

바위마다 흐드러지게 핀 남구절초는

 눈처럼 맑습니다.

 

구절초 종류도 다양합니다. 남구절초의 잎은 구절초보다 두껍고 국화 잎과 흡사합니다. 이 꽃은 남쪽

섬과 해안에 자생하지만 제주시 해안에는 없습니다.

 

 

   
  ▲ 갯부추  
제주시에서도 남구절초를 볼 수 있다면 좋겠다 라는 생각에 '남구절초 씨앗을 털어서 제주시 바닷가 부근에 뿌려 놓을까?'라는 욕심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식물들은 자연환경에 따라 변하기 마련입니다. 언젠가 추자에 부는 꽃바람을 타고 제주시로 터를 옮겨 놓을지도 모릅니다.

 

추자에는 산이나 바닷가,  거리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꽃은  남구절초입니다.  남구절초는 추자 전역에 걸쳐 눈꽃을 피우듯 가을을 장식합니다.

 

흐드러지게 핀 남구절초 사이로  갯부추가 조화를 이루며 바다와 어우러져 또 다른 아름다움을 연출합니다.이 꽃은 거문도 해안에서 발견된 희귀식물로 산부추와 비슷하나 잎이 더 넓습니다. 마치 부추잎을 닮았습니다. 이 식물은 상록성이라는 점이 색다릅니다.

 

하얀색이 있으면 자줏빛, 또는 봄빛으로 화사한 느낌을 주는 이고들빼기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갯바위를 장식합니다.

 

이 꽃도 갯부추처럼 해안가 일대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봄볕처럼 따사로움을 주며  딱딱한 바위와

조화를 이루는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화사한 노란빛에 추자의 가을은 쓸쓸하지 않습니다.

꽃웃음으로 추자는 들썩거립니다.

   
  ▲ 흰색, 보라색 해국이 조화를 이루며 추자바닷가를 장식한다.  

가을바닷가에서 빠질 수 없는 꽃이 있다면 해국입니다. 이곳에 해국은 보라색, 하얀색 해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 추자 바닷가를 누비고 다녔습니다.

 

이곳 무덤가에는 당잔대들이 무리지어 핍니다. 교회의 종소리보다 심금을 울리는 꽃의 노래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들의 노래가 하나가 돼 울려 퍼지는 추자의 가을은 청아하기만 합니다.

 

추자는 전혀 외로운 섬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꽃들과 신비로운 섬들의 행렬로 행복에 넘쳐납니다.

행복에 돛을 올려 이곳에 있는 한 마냥 즐거운 웃음소리로 보낼 수 있습니다.

 

   
  ▲ 희귀식물, '다북바위솔'  

#추자에는 바위솔과

다북바위솔, 연화바위솔이 있습니다.

 

가을 갯바위 하면 바위솔이

가장 먼저 떠올려집니다.

이곳에는 '다북바위솔'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이 꽃은 한 뿌리에서 여러 개의

 가지들이 올라와 꽃을 피웁니다. 잎은 바위솔과 같습니다.

 

돈대산에서 묵리 쪽으로

 내려왔습다. 

묵리는 산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마을입니다.

 

추자의 돌은 제주시에서 보던

 현무암이 아닌 단단한

화강암입니다.

 

돌담에 연화바위솔이 튼실하게

꽃을 피워내 발길을 붙잡습니다.

 연화바위솔을 찾기 위해

지난해에 서귀포 앞바다에

자리한 섬으로 어렵사리

찾아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펼쳐집니다.

 

 

 

 

 

 

 

 

 

 

 

 

 

 

 

 

 

 

 

 

 

   
  ▲ 연화바위솔  
섬 정상에서 겨우 만났던 연화바위솔과 재회를 하듯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추자 전역을 뒤져보면 연화바위솔을 다시 만날 수 있을 법합니다. 추자를 둘러싼 42개의 섬을 찾아보면 틀림없이 연화바위솔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으나,  이곳저곳 뒤지고 다닐 여유가 없었습니다.

 

돌담에 뿌리를 박고 피는 별빛의 노래가 제주시까지 불어오기를... 

 

 

 

 

 

 

 

 

 

 

 

 

#추자는 제주도일 수밖에 없습니다.

 

   
  ▲ 추자도 돌담  

이곳은 화강암으로 돌담을

예쁘게 쌓여있습니다.

 추자도는 역시 제주의 하나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했던 것은 대문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추자의 올레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습니다. 굽이굽이 휘어지는

 산등성을 내려오면 마을마다

이어지는 올레길, 마치 미로처럼

 이어져 걷는 이로 하여금 정겨움을

느끼게 합니다.

 

 

 

   
  ▲ 제주진득찰  
돌담사이로 제주진득찰이 올망졸망 꽃을 피워 제주임을 확연하게 말해주기라도 하듯, 자그마한 꽃송이들이 힘이란 우주를 바꿔 놓을 수 있듯이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제주시에서 볼 수 없는 꽃들이 갯바람에 하늘하늘 꽃 그림을 그려 놓는 추자는 특별합니다. 그 어디에다 카메라만 들이대도 그림이 되는 섬, 그래서 더욱 눈부십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섬에도 슬픔이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습니다.  추자 해안마다 쓰레기 더미로 넘쳐나고 있음이 가슴 아픈 일입니다.  해상에서 밀려온 쓰레기는 마치 쓰레기장을 방불케 합니다.

 

슬픔이 묻어나는 해안마다 꽃대궁에 아쉬움으로 가득 피어나는 추자, 꽃망울의  별빛이 흐르는  봄빛을 기약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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