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제주야생화 4월, 족두리를 쓰고 시집가는 풀꽃

제주영주 2009. 3. 25. 22:38

 

 

족두리를 쓰고 시집가는 풀꽃


노란빛, 하얀 춤결, 푸른 물결로 일렁이는 제주의 4월은 울긋불긋 꽃대궐을 이루며 화사한 봄빛으로 열어 갑니다.


목련향기로 그윽한 한라산자락에는 왕벚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눈송이처럼 휘날리고 샛노란 유채꽃 물결 따라 상춘객 마음 또한 화사한 빛으로 물들어 가니 풀꽃들도 곱게 단장을 하여 시집을 가나 봅니다.


연둣빛 하늘거리며 물결을 이루는 숲 속에서 앙증맞은 풀꽃이 족두리를 쓰고 시집간다네, 새색시 볼처럼 수줍은 듯 고개를 드는 자그마한 꽃, 각시족두리풀이 4월에 시집을 간다네, 사랑의 징표를 펼치며 시집을 간다네. 


아가야 손톱만 한 이파리들이 나뭇가지마다 연초록으로 봄을 입히노라면 앙증맞은 각시족두리풀이 어여쁘게 피어나 새색시처럼 곱게 단장을 합니다.


쥐방울덩굴과의 여러해살이풀인 각시족두리풀은 산지의 그늘진 곳에서 자라며, 심장 모양의 잎은 양산처럼 자그마한 꽃을 위해 펼치고 있는 듯합니다.


꽃의 모양새는 동그란 화통에 끝이 세 개로 갈라져 뒤로 젖혀 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새색시 예식용 관이었던 족두리를 닮아서 ‘족두리풀’이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꽃 속을 들여다보면 열두 개의 수술이 여섯 개의 암술을 원형으로 에워싸여 마치 보석처럼 박혀 있습니다.


족두리풀 식구로는 개족두리풀, 각시족두리풀, 무늬족두리풀, 금오족두리풀, 자주족두리풀  등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으나 제주에선 족두리풀, 개족두리풀, 각시족두리풀 등이 그늘진 숲 속에서 자생합니다.


이 중에서도 각시족두리풀은 한국특산식물 주로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 자생하며, 보호 식물 중의 하나입니다. 각시처럼 작고 아담하여 각시란 접두사가 붙여져 듯이 각시족두리풀은 식물 전체가 자그마하여 각시처럼 품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식물입니다.


이 꽃은 새색시처럼 수줍은 듯 땅 위에 바짝 붙어서 피며, 잎은 하늘을 향해 펼쳐져 있는 모습이 마치 신랑을 하늘처럼 떠받들고 있는 형국이라 옛 선인들은 이러한 꽃의 모양새, 특징 등을 살펴 그에 걸맞은 이름을 지었습니다.  풀꽃 하나에도 허투루 여기지 않았던 옛 선인들의 마음이 아름답습니다. 


각시족두리풀은 가장 낮은 자세로 몸을 낮춰야 자신의 숨겨진 보석을 보여주는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겸손한 자세로 세상을 품으라는 메시지가 아닐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