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고귀한 흰빛으로 '한라솜다리'

제주영주 2009. 6. 21. 00:30

 

 

 

 

7월의 제주 야생화 -고귀한 흰빛으로 '한라솜다리'


손을 뻗으면 무수한 별이 손에 잡힐 듯한 한라산 정상, 360여 개의 봉우리를 품은 한라산은 신비로움으로 가득합니다. 예로부터 한라산은 신선이 산다는 의미로 '영주산'(瀛洲山)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신선이 흰 사슴을 타고 한라산 경관을 구경하다 정상에서 맑은 물을 흰 사슴에게 먹여 ‘백록담’이라 했던가요, 자욱한 안개속으로 자취를 감추다 어두운 장막을 벗기듯 훤히 드러내 보이는 백록담에는 제주를 대표할 만한 들꽃이 자생합니다.

 

제주도는 식물의 보고라 할 만큼 1,700여 종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이중 백록담에는 구상나무를 비롯해 한라솜다리 등 한라산 특산식물과 돌매화나무를 비롯한 희귀식물 등이 분포합니다.


한라산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유는 다양한 동·식물과 지형, 지질이 특이한 생태계를 갖고 있어 보호해야 할 학술자원이 많기 때문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부문 자문기구인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은 경관적 아름다움과 지질학적 가치가 세계유산으로 손색이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처럼 한라산은 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치 뛰어난 경관뿐만 아니라 식물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한여름 밤을 수놓았던 별빛이 백록담 주위를 맴돌다 이슬 맺힌 풀잎 위로 내려앉아 꽃이 되었을까요? 풀 틈 사이로 숨은 고귀한 흰빛이 7월을 노래합니다.


한여름에도 손끝이 시릴 만큼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백록담에는 한라의 대표적인 들꽃, ‘한라솜다리’가 피어나 수줍게 노래합니다. 하얀 솜털을 수북하게 덮인 꽃은 풀 틈 사이로 숨어버리기도 하고 바위틈에서 소담스레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널리 알려진 ‘에덜바이스'는 순수한 우리말로 ‘솜다리’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한라산, 설악산, 소백산, 금강산 등지의 정상 부위에 자생합니다. 세계적으로 솜다리 종류는 3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엔 솜다리, 왜솜다리, 한라솜다리, 산솜다리 등이 있습니다.


이중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 백록담에만 자생하는 '한라솜다리'는 한라의 대표적인 꽃이라 칭할 만합니다. 이 꽃은 산 정상 부위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로 '산악인의 꽃'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국화과인 한라솜다리는 5~9개의 자그마한 꽃송이가 꽃대 끝에 뭉쳐 피어납니다. 꽃을 받치고 있는 하얀 잎은 솜털이 가득 돋아나 마치 꽃처럼 보이나 이삭잎입니다.


솜다리는 이름 그대로 전체가 선모로 덮여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구름떡쑥처럼 솜털이 수북하여 구름떡쑥을 솜다리로 착각하는 이들도 종종 있습니다.

 

 

 한여름에도 흰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듯 시원한 느낌이 드는 솜다리는 산정상에서 하얀빛을 발하며 피기 때문에  ‘고귀한 흰빛‘이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화려함이란 찾아볼 수 없는 산골 처녀처럼 수수하면서도 소박함이 가득하다 하여 '순수’란 꽃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별똥별이 떨어져 꽃이 되었을까나, 어느 산악인의 꿈이 바위틈에서 꽃으로 피어났을까나

샛별이 머물다 간 자리에 그리움으로 피어났을까나, 풀숲에 숨은 고귀한 흰빛.

이슬처럼 맑고 고운 풀잎에 샛바람에 살랑이며 속살을 드러내는 천진스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