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하얗게 물들이다
문주란 흐드러지게 피어나
하얀 꽃을 피워 하늘하늘 거리며 손짓하는 섬, 뜨겁게 내리쬐는 한여름의 더위라도 식힐 듯 눈처럼 시린 꽃송이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섬 전체를 온통 하얗게 물들이는 토끼섬, 그곳에 가면 푹푹 찌는 무더위도 달아날 듯 그저 시원스럽기만 합니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굴동포구에 이르면 토끼섬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금방이라도 단숨에 건너갈 수 있을 듯 지척에 자리 잡고 있으나, 마음처럼 쉽게 건너가기는 어렵습니다. 토끼섬은 굴동포구에서 50m쯤 떨어진 해상에 표류하듯 떠있는 무인도다. 마치 그리움으로 사무친 섬처럼 한여름날 팝콘처럼 하얀 꽃봉오리를 톡톡 터트리며 섬 전체를 하얗게 물들입니다.
그 모습이 하얀 토끼와 같다 하여 ‘토끼섬’이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또는 바깥쪽에 있는 작은 섬이라는 뜻으로 ‘난들여’라고도 부릅니다.
이 섬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문주란 자생지로 천연기념물 19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습니다. 문주란 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해 섬 주변은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돌담 안쪽으로 형성된 모래땅에는 문주란으로 가득 차 이색적인 풍광을 연출합니다.
160㎡의 자그마한 면적을 가진 토끼섬에는 문주란 외에도 해녀콩, 갯메꽃, 갯까치수염 등 해안사구 식생을 이루는 식물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토끼섬은 작지만, 백사장까지 고루 갖춘 섬입니다. 백사장 옆으로 10여m 높이의 현무암 바위가 우뚝 솟아 있습니다. 하도리 마을에선 이 바위를 ‘할망당‘이라 부릅니다. 할망당은 해녀들이 모시는 당으로 이 바위에 올라서면 신이 노하여 해풍이 몰아치기 때문에 할망당에 오르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할망당을 뒤로하고 아담한 백사장을 지나면 하늘을 향해 하늘거리는 하얀 몸짓에 뜨거운 열기를 식히며 은은하게 풍겨오는 문주란 꽃 향연 속으로 풍덩 빠져듭니다.
문주란은 일본·중국·인도·말레이시아 등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기후가 온화한 해변의 모래땅에 자생하는 수선화과의 상록 다년초입니다. 이 식물의 높이는 1m가량 자라며, 꽃은 가느다란 꽃잎이 여섯 장이며 여섯 개의 수술과 한 개의 암술이 있습니다.
뭉게구름처럼 하늘거리며 피어오르는 문주란 꽃의 은은한 향기로 가득 찬 토끼섬의 8월은 하얀 꽃멀미로 출렁거립니다. 문주란을 보호하기 위해 둘러싸인 돌담 주변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지미봉이 다가오기도 하고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하얀 꽃무지의 물결 속으로 갯내음 짙은 바다 향이 출렁거리며 펼쳐지는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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