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제주의 가을은 감국 향기로 물든다

제주영주 2009. 10. 16. 21:57

 

  

 

샛노란 꽃송이들의 항연


가을은 들국화의 계절입니다. 가을꽃 중에는 들국화가 으뜸이지요. 들녘에는 연보라색을 장식한 꽃송이들이 파란 하늘가로 피어나 초가을을 노래한다면 자잘한 노란 꽃망울들이 소담스레 피어나 완연한 가을을 장식합니다.


가을을 대표하는 꽃, ‘들국화’ 그러나 우리가 흔히 부르는 ‘들국화’라는 꽃 이름은 없습니다.

들국화 즉, 들에 피는 국화를 의미합니다. 한라산 암벽에 고귀한 모습으로 피는 ‘한라구절초’, 추자도 가을을 장식하는 ‘남구절초’, 갯바위에 피는 ‘해국’, 해안가 부근에 자생하는 갯쑥부쟁이, 오름을 장식하는 쑥부쟁이, 샛노란 꽃을 피우는 산국과 감국 등을 아우릅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느지막이 꽃을 피우는 감국은 제주의 늦가을과 초겨울을 장식하며 오랫동안 꽃을 피워냅니다. 제주의 오름과 해안가에는 샛노란 감국. 산국이 피어나 발길을 붙잡습니다. 자그마한 꽃망울을 한 아름 안고 피어나는 들국화의 향기에 가을은 한층 깊어만 갑니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날에도 한 아름씩 피어나는 샛노란 감국의 향기로 번져가는 제주의 해안은 마치 봄빛처럼 따스한 느낌이 스며듭니다. 감국 꽃 길 따라 거닐다 보면 피로에 쌓였던 심신은 어느새 맑게 씻겨 내려갑니다.


알싸한 향기로 풍겨오는 감국 향기는 머리를 맑게 할 뿐만 아니라. 차로 애용하기도 하지요.

오름을 오르거나 바닷가를 거닐다 보면 샛노란 감국과 산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반겨줍니다.

가을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소박한 들꽃이기도 하며 생명력이 강하여 어디서든 잘 자라는 식물입니다.


흐드러지게 핀 꽃잎을 조금 따서 잎 속에 넣어보면 가을 향이 묻어납니다. 산국과 감국은 엄밀하게 다르다고 하지만,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꽃의 쓴맛과 단맛을 구분하기 위해서 꽃을 따서 맛을 보면 감국은 산국보다 쓴맛이 덜 나며 약간의 단맛이 느껴집니다. 어느새 입안에는 향긋한 국화 향기로 가득 배어 나오며, 샛노란 들국화 향기 속으로 묻히게 되지요. 마치 꿀을 따는 벌과 나비처럼 코끝이 노랗게 물들도록 들국화 향기에 취해 나른한 봄을 꿈꾸는 나비처럼...,


함박눈이 내리는 날에는 따스한 국화차가 그리워집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에 노란 꽃망울이 화들짝 피어 가을날의 추억이 연기처럼 피어오르기도 하지요.


깊어가는 가을날, 황금빛으로 화사하게 웃음 짓는 감국, 산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제주의 아름다운 들국화 향기에 젖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