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이야기

뜨겁게 타오르는 정열의 꽃, 동백(冬柏)

제주영주 2009. 11. 21. 01:52


뜨겁게 타오르는 정열의 꽃, 동백(冬柏)

 

매서운 눈발에도 자태를 잃지 않고 빨갛게 타오르며 정열의 빛깔로 마음을 끌어당기는 꽃, 동백꽃이 피는 계절이 왔습니다. 초록빛 사이로 소담스레 꽃송이를 피워 올리는 동백꽃은 12월부터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여 이른 봄까지 피는 겨울꽃입니다.

 

우리나라 동백꽃은 장미꽃처럼 겹꽃이 아닌 홑꽃입니다. 붉은 꽃잎과 노란 꽃술이 조화를 이루며 고고한 자태로 꽃을 피워냅니다. 또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꽃잎을 송두리째 떨어뜨립니다.

 

동백꽃이 수북이 쌓인 동백나무 아래에 서면 붉은 꽃송이로 가득 차 마치 빨간 꽃이 새롭게 피어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정열적으로 꽃을 피우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는 꽃, 이처럼 동백의 아름다움은 피고 지는 모습이 한결같아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는 데 있습니다. 예로부터 동백꽃을 절조와 굳은 의지를 상징하여 선인들이 사랑했던 나무이기도 합니다.

 

늘 푸른 이파리로 언제나 싱그러움을 안겨주는 동백나무의 꽃은 향기는 없으나 달콤한 꿀이 있습니다. 어릴 적 동백꽃을 따 입에 물면 달콤한 꿀이 입속으로 스며들어 왔던 추억에 가끔은 딸아이에게 동백꽃을 따서 맛을 보게 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동백꽃을 따 동박새처럼 꿀을 빨곤 합니다.

 

동백은 '조매화(鳥媒花)', '산다화(山茶花)'란 별칭도 가지고 있습니다. 벌과 나비가 활동하지 않는 겨울철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새들에 달콤한 꿀을 제공하고 꽃가루받이를 합니다.  붉은 꽃 속에는 노란 꽃술이 가득 차, 보는 이로 하여금 풍요로움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달콤한 꿀이 들어 있어 동박새가 좋아하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겨울철 동박새가 동백나무를 오가며 중매자 역할을 하는 풍광은 한 폭의 동양화 같습니다.

 

차나뭇과 동백나무는 고르고 단단하여 예로부터 얼레빗, 다식판 등 다양한 생활용구의 재료로 사용됐을 뿐만 아니라, 열매는 기름을 짜 여인네들의 머릿기름 또는 식용유로도 사용됐습니다.

 

하얀 눈이 내리던 날 돌담 위로 수줍은 듯 살며시 붉은빛을 발하며 타오르는 동백,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돌담길을 따라 한없이 걸었습니다.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가슴에 품은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동백꽃의 밀어가 들려오는 겨울,

 

함박눈이 소복이 쌓이는 날/그리움 한 점 붉게 타오릅니다/오로지 그대만을 사랑하며 타오르는 불꽃, /활활 타오르다/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붉은 눈물 뚝! 뚝! 흘리고 맙니다.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싱그러운 청록빛 잎 사이로 수줍게 피어나는 동백꽃처럼 신중하게 겸손한 마음으로 한해를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