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빛 바다와 파란 하늘이 맞닿은 김녕리
바람과 파도를 가르며 여름으로 치닫고 있는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로 행했다. 이 마을 초입에는 해녀마을임을 알리는 상징탑이 세워져있다. 김녕리는 제주공항에서 동쪽으로 약 30㎞ 떨어진 해안가 마을이다. 김녕리는 넓은 목장지대와 청정한 바다를 배경으로 2~3천 년 전 설촌된 마을이다. 혈거유적지인 속칭 '왕궤'와 남흘동 '삭싯골'에서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김녕리는 거문오름동굴계 ‘만장굴’과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 천연동굴이 가장 많이 분포된 지역이기도 하다. 또한, 김녕미로공원과 김녕해수욕장, 김녕요트투어, 해녀체험장 등으로 제주 동부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안창보 초대이장으로부터 김녕리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안 초대이장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이장을 지냈다. 안 초대이장은 “김녕리는 동부지역에서 보기 드문 천연동굴과 코발트 바다와 하루에도 두어 세 번씩 바다 빛이 변하는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그는 “1만여 명의 고향을 떠난 이들과 재일교포들의 기부채납으로 공공건물, 학교 등 김녕리 발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했다.
‘부(富)하고 평안(平安)한 마을’이라는 뜻을 내포하는 김녕리는 원래 8개의 자연마을로 형성됐다. 서김녕리는 용두동, 대충동, 한수동, 남흘동이 있으며, 동김녕리는 동성동, 청수동, 복지동, 신산동이 있다. 일본강점기에 동·서김녕리로 분리됐다가 1999년 주민 자율의 의해서 2000년 동·서김녕리로 다시 통합됐다고 안 초대이장은 설명했다. 또한 그는 “마을통합의 정신을 살려서 주민화합과 화목으로 단합하는 최고의 마을”이라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육상풍력발전지구가 되면 이를 통해 들어오는 수입은 마을 복지사업과 교육환경 등에 투자를 하게 되면 교육문제로 농촌을 떠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제주올레 20코스가 시작되는 김녕 서포구에서 출발하여 마을안길 돌담길을 걷노라면 까만 갯바위와 파란 바다와 어우러지는 풍광에 빠져든다. 이 마을은 큰당, 궤눼깃당, 노모릿당, 남당하르방당 등 원형이 잘 보존된 당을 통해 토속신앙이 강한 마을임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 마을은 게웃샘물, 성세기물, 청굴물, 신수물, 영등물 등 용천수가 발달해 있다. 특히 복원된 청굴물은 두 개의 반원모양이 하나의 원형을 이루면서 바다로 뻗어 나가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예전에는 노천탕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청굴물을 지나면 김녕리의 도대불을 만날 수 있다.
바다에 나간 고기잡이배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불을 밝혔던 옛 등대인 김녕 도대불은 성세기알 바닷가에 1945년경에 세워졌다. 이 도대불은 원래 마름모꼴 모양이지만 태풍에 의해 허물어지자 1964년경 지금의 형태로 축조됐다. 원뿔모양인 이 도대불 은 조형미가 이채롭다.
에메랄드빛과 바다와 파란 하늘이 맞닿은 바다 위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요트가 김녕성세기해변으로 그림처럼 펼쳐진다. 백사장과 풍차가 어우러지는 김녕성세기해변의 풍광은 이국적이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해수욕장을 지나 김녕해안도로를 접어들면 복원된 김녕리의 환해장성이 물결처럼 휘어진다. 황혼빛이 환해장성 올레길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저물녘 올레길은 들뜬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게 한다.
김녕의 환해장성이 끝날 무렵 빌레용암(파호이호이 용암)이 넓게 분포하고 있는 덩개해안에 이르렀다. 덩개해안에서는 신비의 산, ‘두럭산’이 바다 위로 떠오르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 마을에선 두럭산을 신성한 바위산으로 여겨 두럭산 가까이에선 언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설문대할망이 빨래판으로 사용했다는 설화도 전해지고 있다.
노을빛에 물든 김녕해안이 고즈넉하게 펼쳐진다. 갯메꽃, 갯장구채, 갯까치수영, 등이 어여쁘게 핀 김녕마을 돌담길과 이어지는 해안가를 걸어온 발자취마다 노란별이 무수히 뜨고 있다. 노을빛으로 물든 빌레용암 위로 노란별이 반짝이며 여름을 이고 달려오는 소리가 분주하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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