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과 재미를 더한 마을, 낙천리
다양한 의자들이 풍경이 되는 마을, 각양각색의 의자들로 마을 곳곳에 배치한 낙천마을은 현대적 조형예술로 새롭게 탄생했다. 저마다의 이름을 가진 의자들이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에서 동쪽으로 7km 지점 떨어진 ‘낙천리’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함까지 느껴지는 오지마을이다. 최근 현대적 미술 감각으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낙천리는 지형적으로 분지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토질이 점토질이어서 물이 잘 고이는 특성이 있다. 덕분에 자연적으로 빌레 웅덩이에 ‘저갈물’이 형성됐다. 이 못은 마을이 형성되기 이전에 산짐승들이 물을 먹기 위해 찾았던 곳이다. ‘저갈물’ 주변으로 집들이 들어서면서 지금의 낙천리가 형성됐다. 못 주변에는 짐승들의 여물통과 돼지 조형물 등이 조성돼 특색을 살리고 있다.
문영웅(53) 낙천리 이장은 "낫, 갱이(틀) 등의 농기구 연장에 필요한 흙을 채취하게 되면서 아홉 개의 못이 형성됐다"면서 풀무업의 발원지라고 소개했다. 낙천마을에는 당시 풀무업(대장간)이 성행하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아홉 개의 못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낙천리는 여러 개의 못이 형성될 만큼 물이 풍부했다고 한다. 특히 물맛이 좋아 서사미(西思味) 또는 서천미(西泉味) 등으로 불렀다. 그 후 샘(굿)이 많아 '낙세미'라고 불렸다고 한다. 또 그는 “마을에 조성된 못 덕분에 가뭄 걱정이 없을 만큼 예부터 물이 풍부했다”면서 “이웃마을에서까지 낙천리의 물을 길어다 먹을 정도였다.”고 했다.
문 이장은 “아홉 개의 샘(굿)이 있다는 데서 ‘아홉 굿’은 좋은(good) 것들을 주는 마을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아홉 굿에 대해 설명했다. 낙천리는 2003년에는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되면서 도내 첫 농어촌체험, 휴양마을로도 선정됐다. 당시 제주 전통 초가 3채가 지어졌다.
특히 '아홉굿'이란 테마를 가지고 올레 13코스와 연계해 생태연못, 잣길체험, 풀무체험, 전통문화체험 등 9가지의 중심테마를 내세웠다. 구불구불 휘어지는 잣길은 수 백 년 동안 이웃마을을 왕래했던 길이다. 이장은 “800m 정도 이르는 잣길 구간을 짚신걷기 체험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노인복지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특히 낙천리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2007년부터 2년간 마을주민이 직접 나서서 의자 조형물과 벤치 천 개를 만들었다. 또한, 전국의 누리꾼을 대상으로 의자 애칭 공모를 통해 의자마다 개성 있는 글귀를 새겨 놓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의자 조형물은 이 마을의 대표적인 상징물이 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됐다. KBS 1박 2일 촬영지로 방영되기도 했다.
문 이장은 "이색적인 체험을 추구하고자 만들어진 천 개의 의자는 낙천리의 또 다른 이름으로 주목받게 됐다"라며 의자 공원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의자공원을 보곤 감탄을 자아낼 만큼, 우리 마을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라며 덧붙였다.
8,000평 정도의 사유지를 사들여 조성된 의자 공원은 이 마을 대표적인 숲 ‘수덕’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수덕은 예로부터 시인 묵객이 찾았던 곳이다. 수덕은 해방 직전에는 학생들의 야외교실로 이용되기도 했었다. 현재는 곶자왈 체험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의자 공원 입구에는 13.8미터의 거대한 의자가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화합문(大和合門)'이란 이름이 새겨진 거대한 이 의자에는 서로 높낮이가 다른 의자들을 배치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의자 공원에는 이색적인 의자들이 놓여 있다. 다양한 이름이 붙여진 의자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처럼 낙천리는 '의자 마을'이란 명소로 뜨고 있다.
특히 울창한 나무로 우거진 '수덕' 산책로와 '체험장', '웃뜨르 락(樂)센터', 세미나실, 공연장 등이 들어서 있다. 또한, 한경면 저지리, 청수리, 낙천리, 산양리 4개 마을 주민이 매년 ‘웃뜨르마을축제’를 개최해 오고 있다. 올해 9월 7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웃뜨르마을 축제는 의자 마을로 유명한 ‘낙천리’에서 열린다. 문 이장은 “이번 ‘웃뜨르 축제’에선 낙천리에서 재배한 보리를 활용한 향토 먹거리와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문 이장은 “우리 마을에서 재배한 감귤은 1브릭스 정도 당도가 높으며 보리는 찰지고 맛있다”면서 낙천리의 황토를 자랑했다. 그러면서 그는 “낙천리에서 재배한 보리는 대도시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을에서 재배한 보리를 활용하기 위해 보리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덧붙여 문 이장은 “낙천마을은 제주에서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에 발맞춰 150명이 수용 가능한 민박집을 운영하게 될 것”이라며 “9가지 즐거움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했다.
‘아홉 굿’ 또는 ‘의자 마을’로 새로운 관광지로 거듭나는 낙천마을 구석구석에는 나그네를 위해 마련된 의자들이 쉬어가라고 붙잡는다. 도심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편안함과 사색의 공간을 제공해 주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 <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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