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을탐방

선조의 삶을 이어가는 구엄리

제주영주 2012. 8. 30. 16:25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는 해안

 제주여성들의 노동 공간이었던 바당, 그들의 흘린 땀이 결실을 보게 하는 바당, 척박한 환경을 딛고 억척같이 살아온 제주여성들의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바당이 있다.

 

제주시 애월읍 구엄 소금빌레는 기암괴석이 이채롭게 펼쳐지는 해변이다. 상상만 해도 발길을 재촉하게 한다.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로 향했다. 구엄리는 제주국제공항에서 서쪽으로 약 16km 지점에 형성된 마을이다. 구엄리는 웃동네, 알동네. 모감동, 대홍동을 이루는 해변마을이다.

 

이 마을 동쪽으론 하귀, 서쪽으로 중엄과 신엄이 근접해 있다. 일주도로에서 바라보는 구엄리는 여느 마을과 별다르지 않다. 그저 평범하고 조용하다. 하지만 구엄리에서 시작되는 해안도로는 휘감기는 듯한 곡선미로 시선을 끈다. 구불구불 휘어지는 길은 푸른 바다와 어우러지며 물결을 일렁이는 듯 장관을 이룬다. 특히 까만 현무암들이 특이한 모양으로 바다와 조화를 이루는 비경이 이어진다.

 

올레 16코스 구간인 구엄 해안도로에는 말끔하게 꾸며진 공원이 바닷가에 조성돼 있다. 이 공원에는 연자방아와 지역주민의 건강을 위한 지압 길과 잔디밭으로 꾸며져 있어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공원을 지나면 속칭 ‘철무지개’라는 구엄 포구가 있다.

 

구엄 포구 동쪽으로 ‘도대불’이 제 역할을 잃은 채 바다를 향해 바라보고 있다. 서쪽으로는 500평의 암반평지를 이루는 소금빌레가 펼쳐진다. 구엄리는 해안 암반을 이용한 전통적인 '돌소금' 생산지로 유명하다. 소금빌레 앞에는 ‘구엄리 돌염전’이란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예로부터 이 지역 주민은 지형의 특성을 살려 암반평지에 바닷물을 길어다 ‘돌소금’을 만들어 왔는데 이곳을 ‘소금빌레’라고 한다. ‘빌레’는 암반을 뜻하는 제주어다. 구엄리 소금빌레는 독특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넓고 평평한 바위들이 바둑판 모양으로 펼쳐져 있어 옛날 염전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구슬땀을 흘리며 제15호 태풍 ‘볼라벤’을 대비하고 있는 어촌계장을 만났다. 까맣게 그을린 송영민(49) 어촌계장은 “구엄리 소금빌레는 지역주민의 생업의 터전이었던 만큼 선조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400여 년간 구엄리 주민들이 생업의 터전이었던 소금빌레는 1950년대에 이르러 서서히 기능을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3년 문화유산을 되살리자는 취지에서 소금빌레 복원사업이 시작됐고 2009년에는 어촌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전통적인 소금제조 방식을 재현하게 됐다”며 선조들의 삶을 이어가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소금밭 300평을 더 복원해 연간 500kg 정도의 돌소금을 생산하여 지역주민들의 소득원이 될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안 암반에서 생산했던 ‘돌소금’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한다는 취지다. 돌염전은 해안 암반에 진흙으로 사각형의 물막이를 만든 뒤 바닷물을 부어 소금을 만드는 전통 생산 방식이다.

 

또한 그는 “구엄에서 생산되는 돌소금의 성분작업을 제주대 생명과학기술혁신센터에 의뢰했다”며 “성분작업이 끝나는 대로 제주시청 수산과에 염전 개발 허가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생태학습과 갯바위 낚시 등 어촌체험의 기회뿐만 아니라 농어촌체험까지 연계해 관광객들이 머무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마을에 대한 정확한 유래와 마을의 문화유산 등을 후세에 남겨주기 위해 어르신들의 자문을 통해 마을지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구엄리 소금빌레 주변에는 독특한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룬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산화와 풍화, 침식으로 독특하게 형성된 기암괴석은 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