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농촌 ‘덕천리’
오름과 동굴 그리고 습지가 어우러져 발길이 머무는 곳
발광했던 태양도 누그러져 한 모퉁이에서 피어오르는 모닥불처럼 소리 없이 타오르고 있다. 이렇듯 가을은 모든 것을 용서하고 너그러움을 베푸는 계절이다.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한적하고 고요한 마을에서 가을이 주는 향기를 느낄 수 있다면 이 또한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로 향했다. 겹겹이 펼쳐지는 오름과 초록의 향내로 뿜어내던 나무와 풀내음이 쪽빛 가을과 어우러져 한층 가을향내로 뿜어내고 있다.
덕천리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에서 약 8.4,km미터 떨어져 있다. 만장굴과 비자림, 산굼부리를 연결하는 중산간 마을이다. 개발의 중심에서 벗어난 전형적인 농촌풍경이 발길을 머물게 한다. 관광지와 식당 등으로 들어선 선흘리와는 달리 덕천리는 한적한 풍경으로 가을 나그네의 마을을 끌어당긴다. 스산한 바람과 부드러운 음색이 어우러져 휘어지는 길마다 펼쳐진다.
덕천리는 상덕천과 하덕천을 아우른다. 상덕천에서 약 3.2km 떨어진 곳에 하덕천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마을 중심에도 어김없이 늙은 팽나무가 수호신처럼 서 있다. 마을의 탄생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팽나무가 멋스럽다.
이 마을은 토질이 검고 돌동산이 많아 예부터 ‘검흘동’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 마을의 대표적인 못인 ‘모산이물’을 덕이 있는 물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하여 마을 이름도 이 못에서 비롯되어 덕천리(德泉里)로 명명됐다고 한다.
한경천(53) 덕천리 이장은 “덕천리는 구좌읍에서 송당리 다음으로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지만, 임야지와 잡종지가 대부분”이라며 “주민들의 소득원이 될 수 있는 농경지는 약 183ha에 불과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 이장은 "덕천리는 세계자연유산 완충지로 묶여 있어서 사업허가를 받기가 어렵다”고 했다. 사실상 덕천리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와 상류동굴군으로 분포된 지역으로 자연유산마을로 지정돼 있다.
한 이장은 “고사리 식재사업과 메주 만들기 등 새로운 소득원에 지역주민들이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한 이장은 “농촌체험 등 방문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마을 자체에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게스트하우스는 덕천리 사무소 2층에 마련돼 있다.
이 마을 부녀회는 마을기업인 이모네식품(주)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콩을 활용해 전통방식으로 된장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또한, 메주 만들기 체험 등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 마을에는 선흘리와 경계를 이루는 거문오름을 비롯해 북오름, 체오름, 거친오름, 어대오름 등이 마을을 품고 있다. 이외에도 거문오름용암동굴계에 속하는 웃산전굴, 대림굴, 북오름동굴 등 10여 개의 용암동굴이 분포하고 있다. 또한 크고 작은 습지가 20여 곳이나 된다. 특히 이 마을 대표적인 ‘모산이물’은 약 3,000㎡의 면적을 이르는 연못이다. 이 습지에는 환경부 보호야생식물 순채를 비롯해 구와말, 둥근잎택사 등 희귀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순채, 구와말, 둥근잎택사 등은 한여름에 꽃을 피운다. 가을이 접어든 이 못에는 때늦은 수련이 자태를 드러내 뽐내고 있다. 모산이물 주변에는 탐방로가 설치돼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이 마을은 4·3사건 전까지 기와 가마타전으로 왕성했다. 제주 동부지역의 유일한 곳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그 흔적만이 남아 있다. 또한, 신앙세계를 엿볼 수 있는 덕천본향당과 웃산전사라흘당 등 있다.
특히 덕천리에서 김녕리 만장굴을 잇는 도로에는 왕벚나무가 조성돼 있다. 즐비하게 늘어선 벚나무 가로수 길이 봄빛을 발사할 즈음이면 이 길을 또 다시 거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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