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을탐방

철새들의 낙원, 하도리

제주영주 2012. 11. 25. 17:53

 

철새들의 낙원, 하도리

제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이 숨 쉬는 곳

 

겨울 철새들이 하늘을 나는 풍광이 아름다운 마을, 그곳에 가면 여유로움과 깊은 상념의 세계로 빠져든다. 늦가을 바람 소리에 서걱거리며 서정적인 풍광을 자아내는 갈대숲 사이로 호수가 펼쳐지는 곳.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는 제주 시내에서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져 있는 해안마을이다. 하도리는 창흥동, 동동, 굴동, 신동, 서문동, 서동, 면수동 7개의 자연부락으로 구성돼 규모가 제법 크다. 이 마을 유래와 관련해 손유찬(58) 하도리장은 1400년 초반 이전부터 '도의여'라고 부르다가 1600년대 후반에 '도의여' 마을이 커지면서 '상도의여'와 '하도의여'로 나뉘어졌다고 한다. 상도리는 '상도의여', 하도리는 '하도의여'라고 불렀다고 한다.

 

하도리는 도내 어느 마을보다 긴 해안도를 끼고 있다. 6.3km에 이르는 해안도로 구간에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 천혜의 자연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19호인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과 철새도래지 등으로 유명하다. 또한, 제주도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하도환해장성과 별방진성, 해녀박물관 등이 있다.

특히 올 9월에 하도해녀들이 바다 일을 갈 때 걸었던 ‘숨비소리 길’이 조성됐다. 4.4km에 이르는 이 구간에는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한 환해장성과 별방진 그리고 해녀들이 불을 쬈던 불턱 등이 남아 있어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하도 포구 앞에는 제주도 보물 제24호인 별방진성이 있다. 이 성은 1510년에 김녕에 있던 방호소를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하도리로 옮겨 ‘별방’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현재 복원사업이 한창이다. 이와 관련해 손 이장은 “행정기관이 찔끔찔끔 지원해 별방진성 복원사업이 더뎌지고 있다”면서 “하루 빨리 복원돼 제주의 역사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별방진성을 지나 하도해안도를 따라 가다보면 환해장성이 소박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환해장성과 밭담 그리고 바다와 어우러지는 어촌 풍경은 목가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이 너머로 토끼섬이 눈앞에 펼쳐진다.

 

 

토끼섬은 굴동포구에서 50m쯤 떨어진 해상에 표류하듯 떠있는 무인도다. 한 여름날 문주란 꽃이 팝콘처럼 하얀 꽃봉오리를 톡톡 터트리며 섬 전체를 하얗게 물들이는 것이 환상적이다.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을 지나면 바로 '영등의 바다' 표지석이 보인다.

 

 

이곳은 어촌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불턱과 원담, 해녀상징물 등이 설치돼 있다. 아름다운 해안 풍광에 젖어들다 보면 어느덧 물빛 고운 하도해수욕장이 시선을 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백사장 너머로 우도가 보이고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이 해수욕장에서 남쪽으로 철새의 낙원인 하도 철새도래지가 호수처럼 펼쳐진다.

 

 

손유찬 이장은 "하도 철새도래지는 전남 순천만 이상의 가치가 있는 생태자원의 보고"라며 "생태관광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도철새도래지의 물 흐름을 막고 있는 해안도로 철거와 둑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이장은 "1950년대 식량자원을 위해 이 일대를 둑을 쌓아 논을 만들려고 했으나 중간에 용천수가 터져서 나오면서 간척지사업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둑 때문에 물이 빠지지 않자 펄이 돼버린 상황"이며 "여름이면 악취로 지역주민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잘못된 매립정책 때문에 섬이었던 지미봉이 육지와 닿아버려 아쉽다”고 했다.

 

색색이 지붕들이 옹기종기 이웃한 창흥동 마을 안길로 들어서면 그림 같은 풍광이 사로잡는다. 지미봉과 창흥동 사이에 하구 둑을 축조해 만들어진 이 저수지는 마치 광활한 호수 같다. 그 규모가 창흥동에서부터 시작해 종달리까지 이어질 정도로 꽤 넓다.

 

 

이곳은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해 먹이가 풍부하며 갈대숲이 우겨져 새들의 보금자리로 최적이다. 매년 9월부터 12월 사이에 청둥오리, 황새, 백로, 저어새 등 철새들이 날아와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 하도철새도래지 상류로 이동 할수록 갈대숲이 무성하다. 갈대숲과 호수 그리고 수많은 새들이 어우러지는 풍광은 한 폭의 명화를 보는 듯하다. 그 너머로 지미봉과, 말미오름이 바람막이를 하여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마저 든다. 잔잔 호수 위로 은빛 햇살이 또르르 흘러내려와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