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을탐방

문화 예술의 고장, 하귀2리

제주영주 2013. 1. 29. 22:44


문화 예술의 고장, 하귀2리


옛것을 소중히 여기며 전승해 가는 마을, 그곳에선 바람도 파도도 제주의 노동요를 읊조린다. 그 음률을 따라 걷는 길은 넉넉한 농촌의 인심과 짭조름한 바다 향이 발길을 머물게 한다.

제주시 애월읍 하귀 2리로 향했다. 세찬 바람이 몰아치지만, 밭두렁에는 쪽파와 마늘이 파릇파릇한 봄기운으로 넘쳐난다. 하귀2리는 제주시에서 서쪽으로 약 13km 지점에 있다. 이 마을은 원래 하귀리에서 1.2리로 분리되면서 2리라고 부르게 됐다. 하귀2리는 고려 시대 하귀촌의 설촌 중심으로 미수동, 가문동, 번대동, 답동, 학원동 5개의 자연마을로 형성됐다.

하귀2리 강순민(50) 이장은 "아득한 상고 때부터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는 '지석묘'가 있다"며 천여 년의 역사를 가진 마을이라고 소개했다. 이 마을에는 지석묘 1.2호 2기가 있으며 지석묘는 우리나라 청동기시대부터 사람의 무덤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돌멘, 고인돌이라고 불리고 있다. 외부의 모양은 시신을 안치하도록 판자 모양의 돌을 사용해 석실을 만들고 그 위에 큰 돌을 올려 완성했다. 제주도에는 150여 기의 지석묘가 분포하고 있다.

또 강 이장은 "옛것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는 문화예술의 고장"이라며 '귀리 겉보리 농사일 소리 전수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귀리 겉보리 농사일 소리'는 애월읍 귀리에서 겉보리 농사를 할 때 부르는 노동요"라며 "귀리 노동요는 2005년 46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또한, 그는 "2007년에는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됐다"고 덧붙였다. 이 전수관은 '귀리 겉보리 농사일 소리'의 원형을 보존하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지난 2001년에 개관됐다. 전시관은 2층 건물로 전시실과 영상실, 체험실 등을 갖추고 있다. 또 그는 "2012년에는 탐라대전에서 '귀리 농경문화 퍼레이드를 펼쳐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탐라국입춘굿에서 농경문화 퍼레이드를 펼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강 이장은 "귀일중학교는 지난 2000년에 근대5종 최우수 단체상을 수상했다"고 자랑했다. 청소년들의 심신이 건강하고 예의바른 학생을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청소년 보호 대책에도 힘쓸 것이라도 했다.

강 이장은 “1차.3차 사업을 연계한 관광사업도 구상하고 있다”며 “어장. 원담. 낚시 체험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그는 "여름철에는 관광객들과 주민이 어우러지는 '한여름 밤 페스티벌'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귀2리의 심장부인 ‘미수동(味水洞)’은 옛 귀일촌의 시초 마을이다. 각급 기관이 들어서 있어 관내의 중심적인 기능을 다하고 있다. 특히 미수동은 곳곳에서 용천수가 솟아나고 물맛이 좋다 하여 '미수동'이라는 명칭을 얻었다고 한다. 이 동네에는 아담한 포구가 있다. 휘이~잇, 휘이~잇 파도 따라 바람 따라 들려오는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봄을 깨운다.

하귀와 애월 구간을 잇는 해안도로 시작점인 가문동에는 갯내음 풍겨오는 포구와 잘 정비된 공원에 정자가 있다. 한라산을 등지고 앉은 가문동의 풍경이 평화롭고 고요하다. 한적한 가문동 포구를 빠져나오면 하귀~애월 해안도로에 초계미술관이 있다. 홍익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던 최기원 작가의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 한 모퉁이에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마련돼 있다. 카페 수익금은 제주초계청년미술상을 선정해 수상하고 있다.

특히 이 마을에선 봄이면 노란 유채꽃, 가을이면 코스모스를 심어 하귀 해안도로 구간을 한층 멋스럽게 장식한다.